상품광고에 짓눌린 GA, "점검 항목만 수백개"

"GA는 심의권도 없는데" vs "재량껏 광고 제작하면 될 일"

여지훈 승인 2024.05.14 09:23 의견 0

보험상품광고 심의절차를 놓고 보험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광고 제작 후 보험사로부터 심의를 받는 과정에서 과다한 점검표 작성으로 업무과중을 호소하는 GA가 늘고 있기 때문. 보험사가 GA에 업무를 떠넘기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14일 현행 보험협회 광고 규정에 따르면 GA가 상품광고를 제작, 배포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광고시안과 함께 '광고심의점검표'를 작성하고 보험사 준법감시인에게 심의를 신청, 승인 받아야 한다. 점검표 작성은 광고에 ▲경고문구 ▲필수안내사항 ▲준수사항 ▲금지행위 등이 명시됐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통상 GA 준법감시인은 상품에 대한 50개 내외의 항목을 체크해 심의 신청서와 함께 보험사로 보낸다.

[이미지=생명보험협회 광고에 관한 규정 갈무리]

문제는 GA가 갖춘 인력 대비 점검해야 할 업무가 과다하다는 것.

한 대형 GA 상품담당자는 "30여개 보험사 중 일부 보험사의 상품광고만 제작하더라도 점검해야 할 항목이 급증한다"면서 "자사 광고만 점검하면 되는 보험사와 달리 다수 보험사의 광고를 점검해야 하는 GA로선 업무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대형 GA 준법감시인도 "GA는 상품광고에 대해 심의권이 없다"면서 "심의권도 없는 광고 내용을 일일이 점검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보험사가 해야 할 업무를 떠넘기는 격"이라고 호소했다.

상품광고는 판매를 목적으로 보험상품의 정보를 제공·홍보하는 것을 말한다. GA가 일부 자체 심의권을 가진 업무광고와 달리 상품광고는 GA에게 심의권이 없다. 상품광고에 대한 심의권은 보험사 준법감시인 또는 보험협회 광고심의위원회가 갖는다.

상품광고 심의 신청과 관련 점검해야 할 것이 많다는 GA의 호소와 달리 보험사는 광고 제작 주체라면 반드시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는 입장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여러 브랜드 제품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종합쇼핑몰이 특정 제품의 광고를 제작하는 경우 그 내용을 확인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면서 "제품에 하자가 발생했을 때 최종 책임은 제조사에게 있으므로 제조사(보험사)가 광고 심의권을 갖는 것 역시 마땅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GA라고 해서 모든 보험사 상품 광고를 제작하진 않는다"면서 "각 GA 재량에 따라 감당 가능한 광고만 제작하면 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업무가 과중하다면 담당 인력을 늘리는 등 다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포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