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수술 재난적의료비 적용]下 정책심의위 폐지...환자 목소리 반영 어려워

각 지역 지원위원회로 역할 위임...환자 대변하는 구성원 없어

여지훈 승인 2023.12.07 06:00 | 최종 수정 2023.12.07 09:04 의견 0

'○○병원, 비뇨의학과 다빈치 로봇수술 7000례 달성'
'□□병원, 연간 로봇수술 국내 첫 4000건 이상'
'△△병원, 최근 5년새 로봇수술 5배 증가'
'◇◇병원, 국내 최단 시간 로봇수술 1만례 달성'

다빈치 로봇 수술(다빈치 수술) 실적에 대한 병원들의 홍보 열기가 뜨겁다. 인터넷상 수십 개의 병원발 보도자료가 그 인기를 방증한다. 하지만 고가의 비용을 감안하면 환자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평이다. 다빈치 수술은 정부의 재난적의료비 지원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 앞으로도 편입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그동안 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의 주요사항에 대한 심의‧의결기구였던 '재난적의료비지원 정책심의위원회(정책심의위원회)'가 올해 3월부로 폐지됐다. 대신 각 지역 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재난적의료비 지원위원회(지원위원회)'가 그 역할을 수행 중이다.

[사진=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은 2014년 한시적 사업으로 시작돼 2018년 제도화됐다. 그동안 사업의 주요사항에 대해서는 복지부가 운영하던 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했다. 정책심의위원회는 의약계와 환자를 대표하는 단체에서 각각 추천한 이들, 사회복지 전문가, 복지부 공무원, 공익대표 등을 위원으로 해 총 20명 내에서 구성됐다.

정책심의위원회의 역할을 대체한 지원회원회는 건보공단 지역본부별로 1개씩 설치돼 총 6개가 운영 중이다. 문제는 이들 지원위원회가 심사하는 대상이 개별심사 건에 한한다는 점이다. 개별심사는 재난적의료비 지원 기준에 다소 못 미치거나 초과하더라도 반드시 지원이 필요한 사례에 대해 개별적으로 심사하는 제도다.

즉 다빈치 수술처럼 지원 예외 항목을 지원 항목으로 편입할지 여부를 심사하지는 않는다는 것.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특정 항목에 대한 지원 여부는 지원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해 복지부장관이 결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원위원회의 구성을 살펴보면 다빈치 수술을 지원 항목으로 편입하자는 주장이 현실화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책심의위원회와 달리 지원위원회에는 환자딘체를 대변하는 구성원이 없기 때문이다.

각 지원위원회는 의사, 사회복지사, 보건의료학 및 사회복지학 교수, 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 등 총 41명 내에서 구성된다. 이중 의사가 절반(21명 이내)을 차지한다. 환자를 대변하는 구성원은 없다. 당초 지원위원회의 역할이 개별심사, 즉 의학적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개별 사례를 심사하는 것에 한정돼 있는 탓이다.

다빈치 수술의 재난적의료비 지원 항목 편입 여부에 가장 큰 관심을 갖는 건 고가의 비용을 직접 치러야 하는 환자들 본인이다.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운 구성인 만큼 다빈치 수술의 지원 항목 편입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회장은 "현재 많은 종합병원에서 다빈치 수술을 집도하며 매년 실적을 경쟁적으로 발표한다"면서 "이는 그만큼 많은 환자가 다빈치 수술을 이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럼에도 다빈치 수술이 재난적의료비 지원 항목에서 제외된 탓에 저소득 가구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면서 "민영보험에조차 가입할 여력이 안 되는 저소득 가구는 사실상 재난적의료비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지원위원회가 개별심사나 결손처분에 관한 사항 등 필수 업무만 담당하고 있다"면서 "재난적의료비 지원 범위를 결정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 별도의 심의‧의결 기구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정책심의위원회처럼 여러 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지원 범위를 결정하는 기구가 필요한 상황인 건 맞다"면서도 "다빈치 수술을 지원 항목에 포함할 경우 고가 수술만 선호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어 결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난적의료비 지원대상자가 되기 위해선 ▲질환 ▲소득 ▲재산 ▲의료비부담수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신청 기준의 문턱을 낮추며 지원 범위를 확대해왔다. 올해 1월 본인부담의료비 총액이 연소득 대비 15% 초과할 경우로 한정했던 의료비부담수준 기준을 연소득 대비 10%로 하향하고, 재산 기준도 기존 5억4000만원에서 7억원으로 완화했다. 3월엔 외래진료시 적용하던 질환 기준을 기존 6대 중증질환에서 모든 질환으로 확대했다. 5월엔 연간 지원한도를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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