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발끈' 동여매는 생보...제3보험서 손보와 격돌 준비
위험요율 변경 위한 TF 발족...이르면 내년 초
발생률법만으론 상품 세분화 한계 '통계 집적 기간 필요'
여지훈
승인
2023.11.28 16:26 | 최종 수정 2023.11.2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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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이 장악하고 있는 제3보험 시장에서 생명보험사들이 칼을 갈고 있다. 이르면 내년 초 위험요율 산출 방식 변경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출범 예정이다. 요율을 세분화해 보험료 경쟁력을 갖춰 점유율을 뺏어오겠다는 복안이다.
28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이달 초 생보사 임원을 대상으로 비공개 세미나가 진행됐다. 개발원은 이 세미나에서 생보사의 위험요율 체계 변경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요율 산출 방식에 대한 명확한 개선안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내년 초 TF 출범을 계기로 관련 논의가 물살을 탈 것이란 설명이다.
그동안 생보사들은 발생률법에 근거해 경험통계를 작성해왔다. 이는 보험사고의 심도를 반영하지 않고 발생건수에만 근거해 통계를 집적하는 방식이다. 보유계약 대비 사고 발생건수로 위험요율을 산출한다.
손보사들이 장기손해보험에 적용하는 방식은 손해율법이다. 손해율법은 사고 발생건수뿐 아니라 심도까지 반영한 통계 집적 방식이다. 위험보험료 대비 지급보험금으로 위험요율을 계산한다.
이러한 업권 간 다른 위험 산정 방식은 상품 구조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손해보험 상품은 실제 발생한 손해액을 보상한다. 이에 실제 손해액에 대한 통계 데이터를 집적하는 게 중요하다. 손해액이 크다면 향후 비슷한 상품 개발시 적용되는 위험요율이 높아지고 보험료도 높게 책정된다. 손해액이 적다면 유사한 상품 개발시 낮은 위험요율이 적용되면서 보험료는 낮아진다.
반면 생명보험 상품은 보험사고 발생시 정액 보험금을 지급한다. 암 진단시 3000만원 또는 5000만원을 지급하는 식이다. 이에 통계 집적시 심도를 반영하는 게 의미가 없다. 보험사고로 인한 가입자의 손해액이 1000만원이건 1억원이건 보험사로서는 정해진 보험금만 지급하면 되기 때문. 위험요율 산출시 사고 발생건수만 고려해도 충분한 것이다.
생보업계가 손해율법 사용을 추진하는 건 이미 포화된 생명보험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방안이란 게 업계의 해석이다. 특히 제3보험 시장에서 손보사들과 경쟁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작업으로 분석된다.
제3보험 시장은 정액보상과 실손보상이 혼합된 시장이다. 발생건수만 반영한 위험요율로는 심도까지 반영해 위험을 관리하는 손보업계에 비해 상품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게 생보업계의 평가다. 최근 생보업계는 제3보험 시장 공략을 위해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실제 손해액까지 고려한 위험요율 측정이 중요해진 것도 이 때문.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통상 생보사들의 상품 설계 방식은 하나의 특약에 여럿의 담보가 묶여 있는 형태"라며 "담보별 위험요율이 뭉뚱그려져 있어 디테일한 상품 개발과 관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보사처럼 개별 담보마다 심도를 측정해 위험요율을 산출하면 상품 세분화가 가능해진다"며 "이를 통해 상품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최근 보험개발원이 생보사의 경험요율 산출 기준을 완화한 것도 주효했다는 평이다.
한 생보사 상품담당자는 "그동안 보험개발원은 생보사들이 충분성 원칙에 미달한다고 판단해 경험요율을 허용지 않았다"면서 "최근 개발원이 경험요율 산출 기준을 완화하면서 생보사의 경험요율 산출 여지가 커진 것도 손해율법 사용을 위한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생보사들이 손해율법에 근거해 요율을 산정하더라도 경쟁력을 갖춘 상품 개발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 보험업계 전문가는 "요율 산정 방식을 달리하더라도 당장 새로운 요율을 산출해 낼 수 있는 건 아니다"면서 "적절한 위험요율이 산출되려면 적어도 5년 이상의 통계 데이터가 축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보사들로서도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 제고 방안을 갖추려는 시도"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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