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예실차 논란]下 금감원 가이드 반영...모든 상품 계리적 가정 손봐야

IBNR 관련 예실차도 500억 불과..."계리적 가정 대대적으로 손볼 필요"

여지훈 승인 2023.12.01 11:13 | 최종 수정 2023.12.01 18:09 의견 0

메리츠화재는 3분기 예실차 2400억을 기록, 올해 누적 약 5400억원의 예실차를 기록했다. 메리츠화재는 상반기 실손의료보험에서 보수적인 계리적 가정을 적용해 예실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3분기는 금융감독원의 실손보험 가이드라인을 반영했음에도 예실차가 도리어 확대됐다. 예실차 확대 문제의 본질이 실손보험 외 다른 보험상품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3분기 2401억원의 예실차를 기록했다. 상반기 2995억원(1분기 1117억원, 2분기 1878억원)보다 오히려 확대됐다.

이처럼 예실차가 커진 것에 대해 메리츠화재는 상반기와 다른 원인을 꼽았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미보고발생손해액(IBNR)에 대한 당국의 권고사항을 반영한 게 3분기 예실차가 늘어난 배경"이라면서 "이는 일회성 요인으로 예실차는 향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사진=메리츠화재]

하지만 IBNR 관련 예실차는 3분기 예실차 비중의 약 20%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IBNR은 보험사고가 발생했지만 아직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이에 보험사가 향후 지급하게 될 보험금을 추정한 금액이다. IBNR을 측정할 때 핵심 요소로 꼽히는 게 손해진전계수다. 손해진전계수가 작아지면 IBNR이 작아지며 예실차 이익은 늘어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손해진전계수 산출시 적용되는 사고일자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그간 보험사들이 임의로 사고일자를 적용해오면서 생·손보간 비교가능성이 떨어지자 그 산출 기준을 제시한 것.

보험기간에 보험사고가 발생하고 보험기간 종료 후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 약관상 지급의무가 발생하면 원인사고 발생일(원인사고일)을, 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으면 지급사유 발생일(지급사유일)을 사고일자로 적용하라는 게 핵심이다.

원인사고일이 지급사유일보다 앞서므로 더 보수적인 회계처리에 해당한다. 결산 시점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손해진전계수가 커지게 되기 때문. 손해진전계수가 커지면 보험사가 쌓아야 하는 책임준비금도 커지게 된다. 부채인 책임준비금이 커지니 예실차 이익은 줄어든다.

한 보험계리 전문가는 "그간 보수적으로 회계처리를 해온 메리츠화재는 대부분 원인사고일을 사고일자로 적용했을 것"이라며 "금감원 권고에 따라 이중 일부가 지급사유일로 변경되면서 IBNR이 감소해 예실차 이익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메리츠화재가 밝힌 IBNR 관련 예실차 이익은 500억원가량. 3분기 예실차 중 나머지 190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은 여전히 정밀하지 못한 계리적 가정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 가이드라인을 반영치 않은 다른 상품에서도 계리적 가정을 대대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앞선 계리 전문가는 "메리츠화재 예실차는 실손보험 외에 보험상품 전반에서 많이 나왔을 것"이라며 "해당 상품들에 대한 계리적 가정은 올 결산 시점에 조정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상품에 대한 계리적 가정이 조정되면 메리츠화재의 예실차도 내년부터는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올해까지는 계속 예실차 이익이 크게 나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자본시장 한 보험전문가는 "예실차 이익이 났다고 해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면서 "금감원의 예실차 관리 지침을 고려하면 메리츠화재의 예실차는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손보험 관련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예실차가 줄어들 수는 있다"면서도 "획기적인 감소가 없다면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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