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손보 달랐던 손해진전계수...금감원, "기준 일관화하라"

IFRS17는 원칙주의지만..."비교가능성 훼손 말아야"

여지훈 승인 2023.10.27 08:47 의견 0

생명·손해보험사 간 기준이 달랐던 손해진전계수 산출 방법이 통일된다. 보험사별 기준이 제각각인데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으로 비교가능성이 더욱 떨어진 탓이다. 손해진전계수는 책임준비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낙관적 기준을 적용해온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책임준비금이 늘고 보험계약마진(CSM)은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 사전예고를 통해 손해진전계수 산출시 적용되는 사고일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보험기간에 보험사고가 발생하고 보험기간 종료 후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 약관상 지급의무가 발생하면 원인사고 발생일(원인사고일)을, 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으면 지급사유 발생일(지급사유일)을 사고일자로 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담보별 약관에 따라 사고일자를 적용해 손해진전계수를 산출해야 한다.

[사진=금융감독원]

손해진전계수는 통계적 방식으로 산출한 보험금의 추가 지급률이다. 사고발생 후 보험금이 일부 지급된 상황에서 향후 얼마나 더 나갈지 추정할 때 사용한다. 가령 보험사고가 발생해 이미 100의 보험금이 나갔고 손해진전계수가 1.2라면 향후 20만큼의 보험금이 추가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뜻이다. 통상 손해진전계수는 1~1.5 범위 내에서 산정된다.

손해진전계수는 미보고발생손해액(IBNR)을 측정하기 위한 핵심 요소다. IBNR은 보험사고가 발생해 지급의무는 있지만 가입자가 아직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 향후 지급하게 될 보험금을 추정한 금액이다.

IBNR은 구 회계제도(IFRS4) 아래서 책임준비금을 구성하는 계정 과목 중 하나였다. IFRS17이 적용되면서 책임준비금 계정과목과 산출기준 모두 삭제됐다. 하지만 계정명만 바뀌었을 뿐 발생사고부채 내 여전히 존재함으로써 보험사의 책임준비금 규모를 크게 좌우한다.

IFRS4에서는 원인사고일과 지급사유일을 모두 허용했다. 상해보험 가입자가 오늘 자전거를 타던 중 사고가 났다면 원인사고일은 오늘이다. 그런데 한달 뒤에 병원에 가 치료를 받았다면 지급사유일은 한달 뒤다.

원인사고일이 지급사유일보다 먼저 발생한다. 이에 결산 시점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기간이 더 길어 손해진전계수가 커진다. 손해진전계수가 커지면 책임준비금 규모도 커지게 된다. 즉 사고일자로 원인사고일을 적용하는 것이 지급사유일보다 더 보수적인 회계처리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임의로 사고일자를 적용해왔다. 통상 손해보험사들은 원인사고일을, 생명보험사들은 지급사유일을 사용했다. 다시 말해 손보사들이 더 보수적으로 책임준비금을 적립해 온 것. 이는 손해보험 특성상 지속적으로 후속보험금이 발생하기 때문이란 게 금감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생보사들은 일시불로 정액 보험금을 지급하는 반면 손보사들은 합의 불발이나 장애 등으로 인해 수년에 걸쳐 보험금이 지급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손보사들은 오래전부터 원인사고일을 적용해 보수적으로 손해진전계수를 산출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0년부터 생보사들의 실손의료보험 판매가 증가하면서 생보사에게도 손해진전계수의 중요성이 커졌다"면서 "다만 생보사의 실손보험 판매 기간이나 규모가 손보사 대비 상대적으로 작다보니 통계 데이터가 손보사보다 적다"고 말했다.

IFRS17에서는 손해진전계수 산출 기준 등 관련 내용이 삭제됐지만 대부분 보험사는 관행대로 사고일자를 임의로 적용해왔다.

IFRS17는 원칙만 제시할 뿐 세부 규정은 보험사 자율에 맡긴다. 즉 원인사고일과 지급사유일 외에 제3의 방법까지 허용하는 것. 손해진전계수가 책임준비금에 미치는 영향이 큼에도 그 산출 기준이 일관되지 못하다보니 정보 이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금감원이 제시한 기준이 정보 이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간 손해진전계수 관리에 소홀했던 생보사들도 통계 관리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게 됐다. 다만 다수의 생보사가 상당수 담보에 원인사고일을 적용할 경우 적립해야 할 책임준비금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IFRS17에서는 계리적 가정의 변동으로 인한 발생사고부채의 변동은 보험사의 당기손익에 영향을 주며, 잔여보장부채의 변동은 CSM에 영향을 준다. 지급사유일로만 손해진전계수를 산출해온 보험사라면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당기손익뿐 아니라 CSM도 감소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IFRS17가 원칙주의인 건 맞지만 회계에서는 비교가능성도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면서 "정보 이용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기준을 명확히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업계에서도 기준을 통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다만 이번 계리적 가정의 변동으로 일부 보험사의 보험부채가 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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