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싼 수술은 보험금 못줘"...메리츠화재, 치료법까지 지적 '의료자문 횡포'

금감원, 치료법 선택은 주치의·환자 권한 "고가 수술 지적, 보험금 부지급은 문제"

김승동 승인 2023.03.29 17:47 | 최종 수정 2023.03.29 18:09 의견 0

# 53세 여성 A씨는 최근 자궁탈출증 3단계에 해당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주치의는 전통적인 방법인 복강경보다 로봇수술(다빈치수술)이 예후가 좋다고 권했다. A씨는 수술 후 의료비 1700만원을 가입해 둔 메리츠화재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을 통해 청구했다. 하지만 메리츠화재는 의료자문을 진행한 후 로봇수술이 복강경수술보다 의료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A씨는 소송을 검토 중이다.

실손보험은 치료 목적으로 발생한 의료비를 보상한다. 치료에 적합하다면 치료 방법은 주치의와 환자(실손보험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메리츠화재는 치료방법을 지적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보험금 지급 적정성을 살펴보기 위해 경희대학교병원을 통해 의료자문을 실시,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복강경수술이 아닌 비보험 로봇수술을 이용할 명확한 이유가 없다”라는 내용을 회신했다.

메리츠화재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에게 발송한 의료자문 회신서 내용 일부


실손보험은 치료(수술)의 필요성이 있으면 보험금을 지급한다. 치료방법은 주치의와 환자가 선택할 수 있다. 실손보험 약관 어디에도 특정 질환에 대해 어떤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메리츠화재는 환자가 비싼 수술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는 셈이다.

A씨가 받은 자궁탈출증 수술은 자궁경부의 탈출 위치에 따라 단계가 구분된다. ▲1단계: 자궁이 질강 내로 약간 내려옴 ▲2단계: 자궁이 질 입구까지 내려옴 ▲3단계: 자궁경부 일부의 질외 탈출 ▲4단계: 자궁 전체의 탈출 등으로 구분한다.

이 중 1단계, 2단계는 보존적 치료를 하지만 3단계, 4단계는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A씨 주치의는 골반진찰을 통해 자궁탈출증이 3단계까지 진행돼 수술을 해야 한다고 봤다. 즉 수술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메리츠화재가 받은 의료자문 회신서도 수술의 필요성은 일부 인정한다. 회신서에는 “복강경으로 충분히 가능한 수술”이라고 명시했다. 즉 수술이 필요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 다만 “비용을 증가시키는 비급여 로봇수술을 할 이유는 윤리적으로 없”다고 강조한다.

국민건강보험(의료보험)에서 보상하는 치료는 급여로 구분한다. 급여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수가를 정한다. 즉 의료비에 대한 가격이 정해져 있다. 반면 의료보험에서 보상하지는 않지만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인정한 치료는 비급여로 구분한다. 병원이나 의사가 의료비를 정할 수 있다.

급여에 해당하는 복강경수술은 의료비가 200만원 정도다. 반면 비급여인 로봇수술은 병원마다 다르다. A씨가 받은 로봇수술 의료비는 1700만원. 급여와 비급여에 대한 수술 방법 차이로 1500만원 차액이 발생하는 것.

결국 메리츠화재는 보험금 지급이 적은 복강경이 아닌 고가의 로봇수술을 문제 삼고 있는 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는 “시력개선 목적으로 정상적인 눈을 백내장으로 둔갑시켜 수술하는 사례가 문제가 됐다”며 “최근 보험사는 수술의 필요성이 입증되면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리츠화재가 A씨에게 발송한 의료자문 회신서를 보면 수술의 필요성 입증보다 수술방법 그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며 “수술방법은 주치의와 환자(보험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수술방법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술의 필요성 입증이 아닌 수술방법까지 문제 삼는 것은 보험사의 횡포일 수 있다는 의미다. 치료목적이라면 수술방법은 환자가 선택할 수 있으며 실손보험은 해당 의료비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게 약관의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메리츠화재는 A씨의 쟁점이 수술의 방법이 아닌 수술의 필요성이라는 입장이다. 실손보험은 예방적 목적의 치료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자궁탈출증 1·2단계는 수술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 이에 예방적 목적으로 한 수술이기 때문에 의료자문 등으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살피겠다는 의미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자궁탈출증은 진행 단계에 따라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 방법이 있다"며 "수술적 치료는 통상 3단계 이상인 경우 시행되는데 A씨의 경우 3단계인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3단계라고 확인되면 로봇수술이라도 보험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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