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업계 라이벌인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이 정 반대 길을 택했다. 교보생명은 新지급여력제도(K-ICS, 킥스) 도입 연착륙을 위한 경과조치를 신청한 반면 한화생명은 신청하지 않았다. 주주 배당 여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서로 달랐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경과조치를 신청하면 K-ICS 도입으로 강화된 건전성 기준을 한꺼번에 인식하지 않고 최대 10년간 점진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그만큼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대신 배당을 줄여야 한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K-ICS 도입과 관련 경과조치를 신청했다. 반면 한화생명은 신청하지 않았다. 업계 2위권인 두 회사가 킥스 도입과 관련 행보가 갈린 것.
경과조치 관련 상반된 행보에 대해 업계는 두 회사 모두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교보생명은 경과조치를 신청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반면 한화생명은 경과조치를 신청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 교보생명, FI 압박 수단으로 경과조치 신청?
교보생명이 경과조치를 신청한 첫 번째 배경은 의외로 K-ICS 비율이 舊지급여력제도인 RBC 대비 높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K-ICS는 보험부채까지 모두 시가평가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최근 시중금리가 상승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K-ICS 비율이 상승, 건전성이 좋아졌다. 반대로 금리가 하락할 경우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지난 2022년 3분기 기준 교보생명의 RBC는 176%였다. K-ICS로 변경할 경우 금융당국 권고치 수준인 150% 내외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즉 K-ICS비율이 경계선상에 있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경과조치를 신청했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 배경은 교보생명이 상장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과조치 신청으로 배당을 줄여도 주가하락에 대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경과조치 신청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세 번째 배경은 풋옵션 행사가 문제로 국제중재재판 중인 재무적투자자(FI)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다. 교보생명 대주주인 신창재 회장도 배당액이 줄어들지만 2대 주주인 FI도 그만큼 배당액이 줄어든다. 경과조치 기간이 길수록 유보금은 쌓이고 그만큼 기업가치는 높아질 수 있다. 여기에 FI에게 지급하는 배당을 줄여 협상의 유리한 고지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것.
경과조치를 신청하면 기존 대비 배당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최근 5년 업계 평균 배당성향의 50% 또는 보험사의 과거 5년 평균의 50% 중 큰 값 이내로만 배당해야 한다. 건전성이 충분하지 않아 경과조치를 신청한 것이기에 이익을 사내유보금으로 쌓아 놓으라는 의미다.
보험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교보생명이 경과조치 신청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다”면서도 “K-ICS 비율이 150% 내외로 산출됐기 때문에 경과조치를 신청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경과조치를 신청할 경우 급하게 자본확충을 할 필요 없다”며 “배당을 줄여 FI와 협상에서 다시 한번 유리한 자리를 잡으려는 계산도 일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화생명, 배당 늘린다는 시그널...주가 상승 기대?
한화생명이 경과조치를 신청하지 않은 것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한화생명은 대형사 중에서 건전성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곳이다.
한화생명이 경과조치를 신청하지 않은 것은 교보생명과 달리 상장사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생명보험은 통상 성장주가 아닌 배당주로 구분한다. 한화생명은 지난 2021년 2022년 K-ICS 도입 준비로 배당을 하지 못했다. 경과조치 신청으로 지속적으로 배당을 줄이면 그만큼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는 평가다.
즉 배당을 기대하지 못해 주가가 낮아지면 투자자가 떠나도 다시 주가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경과조치를 신청하지 않는 방법으로 배당액을 늘리겠다는 시그널을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모두 K-ICS 비율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두 회사의 전략적 대응이 달라 경과조치 신청에서 정 반대 행보를 보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현재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는 교보생명을 포함 흥국생명, DGB생명, NH농협생명 등 대부분 비상장사나 금융지주사 소속 생명보험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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