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이 발목 잡아...푸본현대생명, 건전성 ‘비상’

新건전성 기준 100% 하회 예상...1분기 내 자본확충 불가피 전망

김승동 승인 2023.02.14 15:08 의견 0

퇴직연금 중심의 사업구조가 푸본현대생명 발목을 잡았다. 올해 새로 적용된 지급여력기준에서 퇴직연금의 금리리스크를 반영, 금융당국의 건전성(K-ICS) 기준치(100%) 이하로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이에 1분기 내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푸본현대생명의 총자산은 약 19조8504억원이며 이중 퇴직연금 규모는 약 8조9831억원이었다. 총자산 중 퇴직연금 비중이 절반을 차지한다. 문제는 회계상 부채로 구분되는 퇴직연금의 듀레이션(잔존만기)이 자산보다 짧아 시중금리 상승시 건전성이 악화된다는 데 있다.


보험업계 한 전문가는 “초장기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통상 부채듀레이션이 자산듀레이션보다 길지만 퇴직연금 중심으로 사업한 푸본현대생명은 그 반대”라며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인해 K-ICS의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과조치를 적용한다고 해도 금융당국 건전성 기준치를 밑돌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1분기 내 자본성증권을 발행하거나 유상증자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새국제회계기준(IFRS17)의 건전성 기준인 K-ICS는 자산은 물론 보험부채도 시가평가한다. 보험은 만기가 수십년의 초장기 상품이다. 이에 통상의 보험사는 부채듀레이션이 자산듀레이션보다 길다. 시중금리가 상승하면 부채가치가 자산가치보다 더 크게 하락해 건전성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NH농협생명 등 대부분 보험사는 올해 회계기준 변경(IFRS4→IFRS17)으로 건전성이 좋아졌다.

그러나 퇴직연금 규모가 큰 푸본현대생명은 일반적인 보험사와 다르다. 부채듀레이션은 약 7.5년인데 반해 자산듀레이션은 8.5년으로 자산듀레이션이 오히려 짧다. 총자산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퇴직연금이 푸본현대생명 부채듀레이션에 영향을 준 것. 이에 시중금리 상승으로 건전성이 좋아지는 것은 아닌 오히려 악화된다. 퇴직연금 만기는 1년에서 5년이지만 대부분은 1년이다.

여기에 K-ICS는 퇴직연금 금리리스크도 반영한다. 이에 시중금리 상승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기존 건전성 기준인 RBC는 특별계정으로 구분하는 퇴직연금을 반영하지 않았던 것과 다른 점이다.

푸본현대생명이 K-ICS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부채를 줄이거나 자본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단기간에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없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퇴직연금 대부분이 현대차그룹 물량이다. 퇴직연금이 빠져나가면 수지차가 악화된다. 수지차 악화는 수익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즉 퇴직연금을 의도적으로 줄여 부채를 경감시킬 수 없는 것.

방카슈랑스를 통한 저축성보험 중심의 영업도 문제다. 저축성보험은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 대비 수익성이 낮은 반면 듀레이션은 짧다. 판매만 용이할 뿐이다.

업계는 푸본현대생명이 K-ICS 기준치 100%를 넘기기 위해서는 1분기 내에 자본성증권(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하거나 푸본그룹으로부터 유상증자 등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도 푸본현대생명의 건전성 기준을 관심 있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회계기준 전환 후 첫 평가에서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 하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건전성 이슈가 컸던 NH농협생명 등 대부분의 보험사가 올해 회계기준 전환으로 양호한 건전성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퇴직연금 규모가 큰 푸본현대생명은 올해 오히려 건전성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금융당국 기준치를 넘기기 위해서는 결국 자본성증권 발행이나 유상증자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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