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울면서 겨자 먹나...손실 감수 5.8% 저축보험 판매

이차역마진 위험보다 유동성 확보가 우선

성명주 승인 2022.11.16 17:38 의견 0

교보생명이 이차역마진을 감안하고도 저축보험 금리를 업계 최고수준으로 높인 상품을 출시했다. 전문가들은 판매(계약) 규모가 크면 클수록 향후 역마진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확정고금리 상품을 판매하는 이유에 대해 채권매각으로 인한 손실을 확정하지 않으려는 고육지책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전날인 15일 5.8% 확정이율을 적용한 5년만기 일시납 저축보험을 출시했다. 지난 7일 한화생명이 5.7% 저축보험을 출시한지 8일만이다. 교보생명의 참전으로 저축보험 이율경쟁은 더 과열될 양상으로 관측된다.

교보생명 등 생보사들의 저축보험 이율 경쟁의 배경은 급등한 시중금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금리 상승에 따라 과거 가입했던 저축보험을 해약하는 가입자가 급증한 것. 원금을 되찾은 가입자들이 더 높은 금리의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해지를 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5%를 넘었으며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도 연6%대로 올랐다. 저축보험이 아닌 다른 금융권 상품에 가입하기 위한 해지가 증가한 것이다.

지난 2013년 2월 세법개정(개인당 2억원으로 비과세혜택 축소) 이전 저축보험 가입자의 만기일이 도래한 것도 원인이다. 비과세요건(10년이상 계약 유지)을 충족해 만기환급금을 찾는 고객까지 늘어났다.

이에 보험사들은 중도해지금, 만기환급금 등의 지급이 증가했다.저축보험에서 대규모로 자금이 유출되고 있는 셈이다.

보험사들은 과거에 매수·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매도해 보험금을 지급할 돈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금리인상으로 보유채권 가격이 크게 하락한 것이 문제다. 현 시점에서 채권을 매도하면 장부상 손실이 확정된다.

이에 일시납 저축보험을 판매로 증가한 보험료 수입으로 유동성을 확보, 이렇게 확보한 유동성을 보험금 지급으로 활용하는 게 더 전략적이라고 판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채권을 발행해 지급보험금을 마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사태 등으로 채권시장이 경직되어 있다. 채권발행이 쉽지 않으며, 발행한다고 해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은 금리를 적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교보생명이 후순위채를 발행한다고 해도 약 10%에 가까운 금리를 적용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10% 가까이 되는 채권을 발행하는 것보다 5.8% 저축보험을 판매하는 게 전략상 더 유리하다는 계산인 셈이다.

문제는 이차역마진이다. 5.8%의 이율을 적용한 저축보험을 많이 판매하면 할수록 향후 투자영업손실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판매하는 저축보험은 5년만기 일시납 상품이다. 이에 국고채 5년물에 대부분의 보험료 수입을 매칭하고 일부를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곳에 투자할 경우 수익이 날 수 있다고 봤다. 보험사는 저축보험에서 보증한 이율 대비 20~50bp 정도 높은 수익을 낸다면, 자산부채종합관리(ALM)에서 문제가 없다고 계산한 셈이다.

국고채 5년물 금리는 15일 종가 기준 3.8% 수준이다. 일부를 고수익 상품에 투자한다고 해도 6.0% 이상 수익을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불안정한 채권시장으로 인해 보험사들이 수입보험료를 통해 자금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것 같다"며 "계속 금리가 오른다면 괜찮지만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높은 이율의 상품은 이차역마진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오는 25일 푸본현대생명이 5.9% 확정이율 저축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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