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룰 개편, 영향은]② '설계사 이직 줄지만 산업도 위축'...판매수수료 분급 강화 명과 암

수수료 더 받기 위한 무분별한 이직 감소...유지율 상승 효과는 '덤'
신규 설계사 증원 힘들어...일자리 창출 정책에 역행

성명주 승인 2022.10.05 06:00 의견 0

보험상품과 관련 판매수수료 분급이 강화되면 철새모집인(설계사)로 인한 폐해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보험업계의 지배적인 예측이다. 받을 수 있는 수수료를 포기하면서까지 퇴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생명·손해보험협회를 통해 보험판매 수수료 개정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내용을 전달 받았다. 이에 업계는 판매수수료 분급이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관측한다.

금융위는 보험판매 수수료 개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1200%룰에 설계사 이직 수수료 포함 ▲법인보험판매대리점(GA) 소속 모집인도 1200%룰 적용 ▲모헙 판매 2차년도 이후 3년간 분급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고 알려졌다.

금융위가 주목한 것은 '잔여수당'이다. 잔여수당은 설계사(GA소속 사용인 포함)가 보험을 판매한 대가로 받는 수수료 중 아직 받지 수령하지 못한 수수료를 의미한다. 보험사는 판매한 첫해에 수수료 대부분을 지급하지만, 일정한 수수료는 약 7년에 나눠 지급한다.

이처럼 분급하는 이유는 무분별한 이직을 줄이기 위해서다. 판매수수료 분급이 지급보다 강화되면 철새모집인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다. 이직할 때 잔여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받을 수 있는 돈을 그대로 두고 이직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다. 현재 보험판매를 모집인 중 약 60%가 GA소속이다.

[사진=픽사베이]

예를 들어 A씨는 GA에서 2020년 1월부터 보험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다 올해인 2022년 1월 다른 GA로 이직했다. 이 경우 A씨는 해당 기간에 판매한 모집계약의 잔여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해당 계약이 해약되지 않으면 남은 잔여수당은 GA의 몫이 된다.

이 경우 보험사가 GA에게 잔여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험사는 GA와 보험판매 위탁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GA가 사용인과 어떤 재위탁계약을 했는지 보험사는 관여할 수 없다.

대부분의 GA는 잔여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에 GA 소속 모집인은 아직 받지 못한 잔여수당을 어느 정도 받기 전까지는 이직을 자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분급을 강화하면 또 다른 부수효과가 발생한다. 보험상품의 유지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보험모집인이 잔여수당을 지속적으로 받기 위해서는 계약한 상품이 유지되어야 한다. 이에 보험이 해지되지 않도록 더 관리를 할 것이라는 것이다.

◆ 신규 GA 진출 장벽 높아져...신규 설계사 유입도 줄어들 것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업 자체가 축소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일자리 창출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고용안정장려금,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특별고용업종지정 등 일자리 창출 지원을 하고 있다. 보험판매 수수료 분급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 정책에 반하는 규제라는 의견이다.

GA는 보험판매만 전문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분급 강화는 신규 GA의 진출을 막는다. 지금까지 GA는 모집인에게 보다 많은 판매수수료를 지급한다는 명목으로 성장해왔다. 분급이 강화되면 지급하는 수수료에 대한 변별력이 사라진다. 신규 GA가 특별히 더 많은 판매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면 모집인은 잔여수당을 포기하고 이직할 가능성이 낮다. 이에 신규 GA를 설립해도, 영업을 할 모집인을 증원하기 힘들어지며, 이는 곧 일자리 창출에 역행하는 셈이다.

이미 GA소속 모집인의 정착률은 낮아지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GA시장 구조 변화와 전망'에 따르면 GA의 정착률은 2021년 기준 51.6%로 2016년(70.3%)에 비해 18.7% 낮아졌다. 정착률은 신규 등록된 설계사가 1년 이상 보험모집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비율을 말한다.

예를 들어 10명이 입사했다면 2016년에는 3명이 1년도 되기 전에 퇴사했다는 의미다. 2021년에는 1년 미만 근로 퇴사자가 5명으로 늘어났다.

반면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GA소속 전체 모집인은 20만8000명에서 24만3000명으로 증가했다. 정착률은 낮지만 GA 소속 모집인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퇴사를 많이 하고 새롭게 GA에서 일을 한 사람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신규 GA 설립이 어려워지면, 일자리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GA업계 관계자는 "GA 설계사들이 줄어드는 이유는 소득에 대한 부분도 크다"며 "분급이나 1200%룰 강화는 이들의 생계가 고려되지 않은 정책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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