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체험의 시대인데...설명만으로 증원하시겠다고요?

김승동 승인 2022.09.21 08:27 의견 0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kjinsoo@finevery.com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금융민원 동향‘을 보면, 전체 금융 민원 중 보험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59.7%였다. 보험에서 많은 민원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계약을 모집한 설계사가 그만둬서 발생하는 ’고아계약‘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실제 설계사 중 절반 이상이 1년도 되지 않아 일을 포기한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설계사를 빠르게 관두는 것의 원인은 신인설계사 선발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모든 보험사는 설계사를 증원하기 위해 혈안이다. 매월 2~3회 정도의 ‘직업설명회’를 개최한다. 그런데 ‘체험에 근거한 선택’이 자연스러운 요즘 상황에서 보험설계사란 직업을 ‘설명만 듣고 시작’하게 한다.

요즘은 음식배달을 주문하기 전에도 타인의 체험기인 리뷰(review)를 확인한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선택에 따른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다. 마트에서 진행하는 시식행사도 일종의 리뷰이며, 아파트 청약 전 모델하우스를 둘러보고 자동차 구매 전 시승을 하는 것도 일종의 리뷰다.

보험설계사를 선발하는 과정은 체험 없이 ‘설명’으로 진행된다. 설계사 직업설명회 구성은 통상 ‘인생에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작된다. 이후 수수료를 설명하며 ‘설계사를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끝난다. ‘설계사가 왜 필요한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등에 대한 근본적인 설명도 빠져 있다.

최근 영업관리자에게 리크루팅 부진의 원인을 물어보면 ‘설명회에 후보자가 참석하지 않는다’고 답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문제를 억지로 개선하고자 설명회 전 꽃꽂이, 타로카드, 부동산투자, 자녀입시 등 보험과 전혀 관계없는 행사를 덧붙인다.

설명 중심의 직업설명회는 설계사 증원이라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운 좋게 많은 후보자가 직업설명회에 참석했다 하더라도 이후 자격시험 합격만을 위한 교육, 자격 획득 후 보험만 팔게 만드는 육성이 이어진다. 설계사는 제대로 보험영업을 하기도 전에 일을 관두고 고아계약이 양산되는 과정이 반복된다.

결국 고아계약 양산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설계사 모집 과정에서 직업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체험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후보자 입장에서 본인 스스로 보험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파악하는 체험이 동반되어야 한다. 내 보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파악하면, 다른 사람의 보험도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결국 후보자가 보험설계사가 되면, 본인과 같은 문제점이 있는 사람과 상담할 수 있고 좋은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설계사가 된 후 계약을 잘 할 수 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체험하는 방식이다.

체험 중심으로 직업설명회를 개편하는 동시에 신인 설계사를 위한 교육체계도 바꿔야 한다. 직업설명회 후 설계사가 되기로 결정하면, 판매자격증 획득을 위해 문제풀이만 반복된다. 자격 획득 후에도 이슈 중심의 계약 체결 기술만 교육한다. 이런 방법을 통해서는 컨설팅 전문 역량을 가진 전문가 육성이 불가능하다. 보험설계의 근본과 컨설팅 철학을 제대로 코칭해야 한다.

보험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은 설계사를 통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만의 해결점도 설계사에게서 찾아야 한다. 직업설명회부터 설계사라는 직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후 신인 육성 체계도 컨설팅 전문가를 양성하려는 목적을 두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양질의 신계약이 체결되어야 보험산업이 발전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존재가 바로 설계사다. 설계사를 제대로 뽑고 키워야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보험산업의 미래는 없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kjinsoo@finev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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