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험사 무좀 과잉치료 ‘전면전’...비뇨기과에 ‘소송’
약 못먹는 환자만 레이저치료 가능한데...약과 동시 치료
불법 임의비급여 행위 명확...법원, 보험사 손 들어줄 듯
김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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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30 14:37 | 최종 수정 2022.05.3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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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톱 무좀으로 고민하던 A씨는 설계사 추천으로 B비뇨의학과를 찾았다. 의사는 무좀을 레이저로 치료하면 효과가 좋은데다 가입해둔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으로 치료비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권했다. 하지만 A씨는 경증보험사기를 의심받고 청구한 보험금도 거절됐다.
앞으로 A씨와 같은 피해자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사가 손·발톱 무좀 레이저치료를 맹목적으로 권하는 병원에 전면전을 선포, 10여곳의 비뇨의학과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병원의 불법행위가 명확해 이변이 없다면 법원이 보험사 손을 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손해보험사는 10여곳의 비뇨의학과를 상대로 채권자대위소송 등을 제기했다. 해당 손보사는 임의비급여에 해당하는 진료행위를 한 후 이를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부담시켰다고 판단한다.
보험업계는 이 대위권 소송에서 법원이 보험사 손을 들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병원의 불법행위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무좀 레이저치료는 보건복지부가 신의료기술(제2015-6호)로 인정한 치료행위다. 이에 실손보험 청구가 무방하다. 다만 경구항진균제(경구제, 먹는약) 복용이 불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만 해야 한다. 경구제 복용이 가능한 환자에게 레이저치료를 하면 이는 임의비급여에 해당한다.
일부 병원은 먹는약 처방과 함께 레이저치료를 병행하거나 먹는약 부작용이 없는 환자에게도 레이저치료를 진행했다. 즉 알레르기·부작용 등으로 약을 못 먹는 환자에게만 레이저치료를 해야 하지만, 맹목적으로 고가의 불법 임의비급여 치료를 권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인정하는 의료행위는 급여와 법정비급여로 구분한다. 임의비급여는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인정하는 의료행위가 아니다. 이에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또 환자 동의 없는 임의비급여는 그 자체가 불법행위다. 그럼에도 레이저치료를 진행하고 임의비급여 비용까지 받은 것이다.
무좀과 관련 알약 처방 치료비는 통상 1만원 내외의 소액이다. 반면 레이저치료는 15만원 내외이며, 10회 이상 반복 치료를 해야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고가의 반복치료행위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 이를 위해 병원은 환자에게 실손보험을 통해 치료비 대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설득하기도 했다.
무좀은 통상 피부과에서 치료한다. 이번 소송 대상 병원이 피부과가 아닌 비뇨의학과인 것은 이들 병원이 환자를 모집하기 위해 피부과 진료까지 함께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진료비세부내역서 등 보험금 청구서류를 살피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일부 병원이 먹는약 처방과 함께 레이저치료까지 병행한 것이다.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한 증거를 확보한 셈.
신가영 HBC자산관리 이사는 “환자는 임의비급여 비용도 실손보험을 통해 돌려받기 위해 청구했다”며 “보험사가 대위권 소송에서 이기면 환자는 피해가 없고, 임의비급여 비용을 병원이 보험사에게 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위권소송은 채무자(환자) 대신 채권자(보험사)가 병원(의사)를 상대로 채권회수를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법원이 보험사의 손을 들면 의사가 불법적으로 환자에게 청구한 임의비급여 비용을 보험사가 대신 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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