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상 아이가 언어장애?” 난립하는 브로커에 ‘실손보험 줄줄’

발달장애 개설 컨설팅...의사와 짜고 정상 아이까지 치료

김승동 승인 2022.03.15 07:58 | 최종 수정 2022.03.15 08:42 의견 0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을 노린 전문 컨설팅업체가 난립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아동 발달지연센터 개설 과정을 컨설팅한 후 매출의 약 50%를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지급 받는다고 알려졌다. 문제는 실손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정상 아동까지 발달지연으로 치료하고 보험금을 청구한다는 것. 줄줄 새는 보험금 탓에 높아진 손해율은 선량한 소비자들이 낸 보험료로 메워야 한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언어장애와 관련 발달지연 치료를 명목으로 보험금 지급이 급증하고 있다. 일례로 현대해상은 지난 2017년에는 언어장애로 인한 발달지연 지급보험금이 약 5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142억원, 2021년에는 421억원으로 폭증했다.

일부 발달장애 개설 컨설팅 전문업체는 이비인후과 등 의료기관과 아동발달센터 등 비의료기관을 연계, 언어치료 등을 받으면 실손보험으로 청구가 가능하도록 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미지=발달장애 개설 컨설팅 전문업체 홈페이지 갈무리]


이처럼 발달장애 보험금이 급증한 이유는 실손보험의 허점을 노린 컨설팅업체가 난립하고 있기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이들 업체는 병원을 찾아가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주겠다는 명목으로 발달지연센터와 제휴하거나 병원부속 발달지연센터 설립 방법 등을 컨설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점을 노렸다. 감기환자 등 호흡기질환자가 줄어든 이비인후과 등이 주요 타깃이 된 것. 이비인후과는 발달장애 치료와 관련성이 적다. 그럼에도 발달센터와 협력·제휴하는 이비인후과가 증가한 배경이다.

가령 컨설팅업체는 A이비인후과를 B발달지연센터의 협력치료센터로 등록하도록 중개한다. B센터 환자 부모는 치료비 부담이 줄어든다. 치료비를 A병원에서 결제,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A병원은 실손보험을 청구하게 해준 대가로 B센터로부터 결제금액의 일정 부분을 받아 새로운 수익원이 생긴다. 컨설팅업체는 A병원과 B센터 양쪽에서 중개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이 수수료가 결제한 치료비의 약 50%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컨설팅업체는 정상 아동을 발달지연센터로 모집하기 위해 교육과정 중 하나로 치료를 소개하기도 한다. 환자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으며, A병원과 B센터 그리고 컨설팅업체 모두 수익이 증가하게 된다.

컨설팅업체는 정신질환(F코드)에 대한 치료비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발달지연(R코드)은 지급한다는 허점을 파고들었다. 발달지연은 또래보다 언어적·신체적 발달이 느린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정신과는 환자에게 주로 F코드를 부여하지만, 재활의학과는 R코드를 부여한다는 점을 노렸다. 정신과는 치료 대상이 장애아지만 재활의학과는 장애아 치료보다 발달지연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는 재활의학과에서 R코드를 받는 방법에 대해서도 귀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컨설팅업체의 난립으로 보험금이 줄줄 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보험사가 대처할 방법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실손보험은 대표적인 포괄주의 상품으로 치료를 받았다면 무조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약관에 명시돼 있는 탓이다.

보험금 누수가 커지면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지급보험금의 증가는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보험사는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이듬해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즉 일부가 보는 혜택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유치원 하교시간에 맞춰 발달지연센터 치료를 유치하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상 아동이 발달지연을 명목으로 치료를 받아도 의사가 ‘치료’라고 진단하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당국이나 보건복지부 등 정부가 나서서 발달지연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려야 실손보험금 누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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