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고객 개인정보 입력 업무를 해외로 이전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DB손해보험과 흥국화재에 이어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도 국내 손해사정업체와 함께 해외 아웃소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건비 절감이 주된 목적이지만, 개인정보 유출과 관리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해상과 KB손보가 일부 위탁 손해사정업체와 함께 고객 개인정보 입력 업무를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현대해상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실무자 간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지=각 사]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DB손보와 흥국화재가 정보입력 업무를 해외로 이전한 후 다른 보험사들도 유사한 방안을 검토해왔다"며 "위탁 손해사정업체들도 보험사와의 기존 관계를 고려해 사업성 분석 등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정보입력 업무의 해외 이전은 위탁 손해사정업체가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보험사가 이들과 직접 계약하거나 재위탁 형태로 업무를 맡기는 구조가 될 전망이다. 베트남은 한국어 가능 인력이 풍부하고 인건비는 국내의 절반 수준이다. 인건비 절감 효과가 클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사업 초기인 만큼 내부 이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법인 설립과 인허가 등에 수개월이 걸리는데다 인력 채용과 교육, 전산 시스템 구축 등 초기 투자 비용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현지 인력에 대한 교육과 보안 관리를 맡을 상주 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쟁점은 개인정보 보호다.
이미 정보입력 업무의 해외 이전을 추진한 DB손보와 흥국화재는 고객의 고유식별정보와 민감정보를 베트남 현지 법인인 HITS-vina에 위탁하고 있다. HITS-vina는 국내 손해사정업체인 HITS손해사정이 베트남에 설립한 회사다.
앞서 두 보험사는 보안 담당자를 통해 현지 사업장의 정보보안 실태를 점검하고 정기적인 개인정보 보호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국내 정보보호 기준에 부합하도록 위탁 사업장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외 사업장은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검사나 상시 감독이 어려워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개별 보험사의 자율적 관리만으로는 부족하며, 금융당국 차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감독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SKT발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사회 전반의 경각심이 커졌다"며 "사업을 검토한 보험사들도 잠정 보류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해외에서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파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보처리 업무의 해외 이전에 앞서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대해상과 KB손보는 SKT 사태가 커지자 해당 사업 추진과 관련해 선을 긋는 분위기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해외 이전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구체적으로 진행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KB손보 관계자는 "현업 부서에서는 관련 내용 자체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