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과거 대법원 판례를 들며 티눈 치료 보험금을 부지급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판례까지 감안하면 보험사의 일괄적인 보험금 지급 거절은 부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보험금을 부지급한다면 어떤 근거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들이 2023년 9월 대법원 판례(2023다241421)를 들며 티눈 수술에 대해 보험금을 부지급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판결은 보험 가입자 A씨가 보험금 부당 취득 목적으로 다수 보험계약을 체결, 과도한 보험금을 타냈다고 본 2심 판결(2021나58747)을 확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A씨가 현대해상을 상대로 제기한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앞서 같은해 5월 열린 2심 판결에서 서울중앙지법 제5민사부는 A씨가 보험금 부정 취득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에 가입한 것으로 보고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따라 해당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5개 보험사와 18건의 보험계약을 체결, 매월 80만원가량의 보험료를 납부했다. A씨가 2016년 한해 체결한 동종 보험계약만 13건. 재판부는 A씨의 보험료가 월급(180만원)에 비해 과도하며, 다수 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서도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봤다.
A씨는 2016년부터 약 2년간 20여개 병원에서 수천회의 냉동응고술을 시술받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통상의 경우와 견줘볼 때 A씨의 치료횟수가 잦고 치료기간이 길며, 지급받은 보험금이 지나치게 과다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씨가 인접하지 않은 지역의 병원을 옮겨다니며 요일별로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사실, 회당 치료비에 비해 높은 보험금으로 인해 과잉치료 유인이 있는 점, A씨의 아버지도 지나치게 잦은 냉동응고술을 받고 다액의 보험금을 청구한 사실, 해당 사건 담보에 티눈과 같은 성격의 피부질환인 사마귀 등에 관한 면책규정이 있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이외에도 A씨는 2017년부터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MG손해보험 등과도 소송을 진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보험사로부터 지급받은 수술보험금만 30억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보험사들은 형사고발까지 검토했으나, 아직 진행한 보험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법 판결 "116회 냉동응고술에 보험금 지급하라"
다만 과도하지 않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통상적인 냉동응고술 치료를 받은 뒤 보험금을 청구하는 일반 가입자들에까지 A씨와 동일한 잣대를 들이밀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앞서 A씨는 과도한 보험계약 체결과 시술로 인해 다수의 보험사와 8건의 소송을 진행했다.
한 보험전문 변호사는 "A씨의 경우는 특이 사례로 보는 게 적합하다"고 밝혔다.
최근 대법원 판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6월 대법원(2024다221950)은 한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상고를 기각하고, 서울고등법원 판결(2023나2009403)을 확정했다.
B씨는 2010년 피부질환 수술비를 보장하는 보험계약을 체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티눈·굳은살 치료를 위해 116회의 냉동응고술을 받았다. B씨는 85회에 걸쳐 약 85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으나 나머지 치료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
당시 재판부는 티눈·굳은살은 재발이 잦고 완치가 쉽지 않아 장기간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 통증이 적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피부과에서 A씨에게 냉동응고술을 권유한 점 등을 근거로 B씨가 과잉치료를 받거나 부당한 의도로 반복 시술을 고집했다는 보험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B씨가 가입한 담보에 티눈 수술에 관한 면책 규정이 없었다는 점도 주효했다고 설명한다.
현재 출시되는 대부분 보험계약에는 티눈과 같은 성격의 질환으로 분류되는 사마귀 등에 관한 면책 규정이 있다. 이 경우 통상적인 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해도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는 것. 앞서 A씨가 체결했던 담보에는 면책 규정이 있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냉동응고술 자체가 보험금을 못 받는 질환은 아니다"며 "A씨의 사례가 보험금 편취 목적의 특수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냉동응고술의 도덕적해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최근 각 보험사가 경각심을 갖고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