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적금계좌 사기' 금융당국, "방법 없다"
온라인 중고거래사기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해당 안 돼...지급정지 '불가능'
재산권 침해·금융실명제법 위반 소지로 개선안 무산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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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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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계좌를 이용한 중고거래 사기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제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거래 전 구매자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는 게 최선이란 게 당국의 입장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서 중고거래 사기로 100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판매글을 중고나라에 올린 사기범은 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의 적금계좌 번호를 알려주고 피해자들이 입금하면 계좌를 해지했다. 이후 새 계좌를 개설해 동일한 행태를 반복했다. [관련기사: [단독] '적금계좌 허점 뚫렸다'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 속출]
사기범은 적금계좌가 입출금계좌와 달리 다수 계좌 개설 제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다. 입출금 계좌는 20영업일 내 계좌개설 이력이 있다면 새로운 계좌 개설이 제한되지만, 적금계좌는 이런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았더라도 대응 수단이 부재한 점도 피해자 확산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에 대해 금융사의 지급정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금융사는 피해자의 피해구제 신청 또는 수사기관의 지급정지 요청시 사기이용계좌로 의심되면 해당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 조치를 해야 한다.
전기통신금융사기는 전기통신을 이용해 타인을 기망·공갈함으로써 자금·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자금·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보이스피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온라인 중고거래에서처럼 재화나 용역을 제공한다고 속이고 돈을 받아가는 행위는 제외된다. 한 피해자는 "돈을 입금한 당일 금융사에 지급정지를 요청했으나 중고거래 사기는 조치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적금계좌를 이용한 중고거래 사기는 수년 전부터 중고나라, X(구 트위터), 당근마켓 등 다양한 SNS와 플랫폼을 통해 발생했다. 이에 당국 역시 제도 개선안을 검토했으나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과거 국회에서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 방지를 위해 관련 법안 발의를 시도하려 했다"면서도 "계좌 소유자의 재산권 침해 이슈 등으로 인해 무산됐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송금자가 상대방 계좌가 적금계좌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송금시 명시하는 개선안도 검토했으나 금융실명법 위반 소지가 있어 진행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악의적 목적으로 타인 계좌를 신고해 재산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현재로선 중고상품 구매자가 은행별 계좌번호 체계를 통해 적금계좌 여부를 확인하고 피해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방법밖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4월 금감원과 경찰청은 적금계좌를 악용한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이들 기관은 은행별 적금 계좌번호 체계를 제공하면서 사이버사기 예방수칙으로 ▲지나치게 저렴하거나 품귀 품목을 다수 확보했다는 판매자 주의 ▲거래 내역이 충분한 판매자인지 확인 ▲‘인터넷사기 의심전화·계좌번호 조회’, ‘더치트’ 등으로 판매자 전화·계좌번호 사기이력 확인 ▲직거래 거부하고 택배거래만 요구할 시 주의 ▲선불폰·가상계좌 사용 여부 확인 ▲실명과 예금주 성명 불일치 여부 확인 ▲판매자가 보낸 안전거래 URL이 포털에서 검색되는지 확인 ▲플랫폼별 신뢰도 지표(온도, 프로필 등) 활용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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