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관심에 11년간 방치된 교보라이프플래닛의 하인리히의 법칙

김승동 승인 2024.09.13 14:49 | 최종 수정 2024.09.13 16:24 의견 0

1920년대 미국 하버트 W. 하인리히는 7만 5000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해 흥미로운 법칙을 발견했다. ‘1:29:300’으로 명명한 하인리히 법칙이다. 산업재해 중 큰 재해가 1건 발생하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번의 작은 재해가 있었고, 운 좋게 피해간 300번의 사건이 이미 있었다는 것이다. 큰 재해가 일어나기 전에 여러 번의 사전 징후가 있었다는 뜻이다. 이런 징후를 무시하고 방치할때,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사고나 재난이 발생한다.

김승동 뉴스포트 기자


최근 온라인 전업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교보라플)이 월납보험료의 15배에 달하는 고액의 광고비를 법인보험대리점(GA)에 지급한다는 보도가 있어 논란이다. 교보라플은 11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보험사다. 판매만을 위해 무리하게 광고비를 집행, 수익성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설계사의 판매수당을 광고비 명목으로 우회 지급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교보라플은 지난 2013년 보험업법시행령 13조에 따른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로 출범했다. 이에 보험계약건수 및 수입보험료의 100분의 90이상을 전화, 우편, 컴퓨터 등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모집해야 한다. 그러나 출범 당시 교보라플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온라인으로만 보험을 판매한다는 조건으로 인가를 받았다고 귀뜸했다. 즉 교보라플은 출범 초기 강조했던 것처럼 국내 최초 온라인 전업사다.

그런데 최근 보도되었던 것처럼 온라인으로 보험을 판매를 위해 한 GA와 제휴, 월납보험료의 최대 15배에 달하는 광고비를 지급했다. 광고비는 초년도에 12배까지 지급하며 나머지를 2차년도에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보라플 스스로 광고비가 사실상 대면채널의 모집수수료와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면채널의 경우 보험모집 관련 대가를 판매 초년도에 월납보험료의 1200% 이내에서 지급해야 한다.

아울러 판매 제휴를 한 GA는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보험을 판매한다. 우선 전화를 걸어 고객과 소통한 후 설계사가 직접 대면 등의 방식을 통해 계약을 체결한다. 다만 교보라플의 상품은 먼저 전화를 걸어 영업하는 아웃바인드 형식의 영업은 하지 않았다는 게 해당 GA의 해명이다.

이런 소식은 이미 지난해부터 들려왔다. 교보라플 사내에 전화로 영업하는 텔레마케터(TM) 조직을 구축했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아웃바운드 콜까지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전통 TM처럼 고객정보(DB)를 받아 전화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다. 하지만 사실상 이미 TM 시장에 진출, 온라인 전업사의 정체성은 변질된 것이다.

교보라플은 최근 금융당국에 TM을 정식으로 허용해달라는 로비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만약 TM을 허용한다면 교보라플은 여러 GA채널과 제휴, 광고비 명목으로 월납보험료의 15배를 지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시 말해 TM을 주장하며 GA와 제휴 하이브리드 영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TM을 허용하면 이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또 다른 생명보험사를 인가하는 것과 같다.

금융당국이 교보라플에 TM을 허용하면 소액단기전문보험사(미니보험사)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이 뻔하다. 미니보험 판매로 수익성을 낼 수 없으니 장기보험을 판매해달라고 요청하고, 이후 대면채널까지 열어달라고 로비하는 것이다. 결국 또 하나의 종합보험사가 시장에 진입하는 셈이 된다.

금융당국이 진행해야 할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단 한번도 검사를 하지 않았던 교보라플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일이다. 출범 후 지금까지 무슨 이유로 계속 적자였는지, 자구책은 없었는지 들여다보고 개선점을 찾는 것이다. 그것이 TM을 허용하는 것보다 더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고 TM을 허용한다면 보험업계의 균형이 깨지는 큰 재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온라인 전업사인 교보라플이 이미 사실상 TM에 진출한 작은 재해가 있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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