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된 손보사...1인실 입원일당 축소 재연기 "절판 몰이"
DB·KB·메리츠 등 보장 축소 또 번복...삼성화재만 축소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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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0:42 | 최종 수정 2024.09.0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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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사들의 절판마케팅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급종합병원 1인실 입원일당' 보장금액 축소 이슈로 소비자의 보험 가입을 재촉했지만 판매량이 증가하자 축소 일정을 번번이 어기고 있어서다. 보험개혁회의 등을 통해 보험산업 신뢰성을 제고하겠다는 당국 방침이 무색해진다는 지적이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대형 보험사들이 상급종합병원 1인실 입원일당 보장 축소를 또 한 번 미뤘다. 지난 8월 초 손해율 상승을 이유로 보장을 줄인다고 알렸다. 절판 이슈로 판매가 증가하자 8월 말까지로 연기했다. 하지만 다시 추석 전인 13일까지 또 한 번 연기한 것.
삼성화재만 기존 일정대로 지난달 말 보장한도를 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는 상급종합병원 1인실 입원일당과 종합병원 1인실 입원일당을 합쳐 6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면 앞으로 30만원으로 보장한도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게 보장한도 축소의 골자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보장한도 축소를 수차례 미루면서 보험산업 전반의 신뢰성이 저하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무형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산업은 고객과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산업"이라며 "보험사들이 단기 실적을 위해 거짓 절판 이슈를 퍼뜨리는 게 보험산업 전반에 득이 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 보험개혁회의 등을 통해 보험산업의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당국 방향성과 완전히 엇갈리는 행보"라고 지적했다.
보험사들로선 경쟁사가 기존 한도를 유지할 경우 섣불리 한도를 축소할 수 없다는 해명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 1인실 입원일당은 소비자에게 설명도 쉽고 잘 팔리는 상품"이라며 "영업 현장에서 계속 요청이 있다면 쉽게 한도를 축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속채널이 받쳐주는 삼성화재를 제외한 나머지 보험사로선 경쟁사가 보장한도를 유지할 경우 실적을 위해서라도 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장한도 축소를 이유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행위 자체를 막을 순 없다"면서도 "절판마케팅은 불완전판매 등 문제의 소지가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각사에 불완전판매가 없도록 신경 쓸 것을 지속해서 당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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