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판매 중인 해외여행자보험의 '안전귀국할인' 특약이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보험개혁회의에서 해당 특약을 세심하게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해당 특약의 구조가 보험료를 필요 이상으로 받고 나중에 돌려주는 형태로 악용될 수 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게 배경이다.
안전귀국할인은 무사고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가입자가 안전 귀국 여부를 묻는 보험사의 질문에 회신하면 영업보험료의 10%에 상응하는 금액을 돌려주는 특약이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현재 논란이 되는 카카오페이손보의 안전귀국환급금 특약 관련 사안을 보험개혁회의 의제로 올렸다.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취합한다는 계획이다. 보험개혁회의는 보험산업의 제도개선과 혁신 등을 목적으로 이달 초 출범한 기구다. 금융당국을 비롯해 학계, 보험사, 보험협회, 유관기관 등이 참여하고 5개 실무반으로 운영한다.
이번에 당국이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볼 부분은 해당 특약이 시장에 미칠 파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엔 특정 보험사의 상품이 인기를 끌면 다른 보험사가 경쟁적으로 벤치마킹하는 게 추세가 됐다"면서 "안전귀국할인 특약의 환급 방식이 다른 보험사, 다른 상품으로까지 퍼질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 환급 방식이 만연해질 경우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실제보다 많이 받고 일부만 돌려준다는 식의 오해가 커질 수 있다"면서 "보험개혁회의에서 업계 의견을 들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 환급금 재원도 논란...위험보험료 vs 사업비
안전귀국할인 특약의 재원을 사업비로 처리하는 것도 주요 쟁점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카카오페이손보는 해당 환급금을 사업비 재원에서 사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 유무와 관련해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면 사업비가 아닌 위험보험료로 반영하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한 보험사 상품담당자는 "사고가 나지 않을 확률과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면서 "사고 확률에 근거해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면 사업비가 아니라 위험보험료로 반영하는 게 논리상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해외여행자보험은 실손 보상이 원칙이므로 보험료 산출 방식이 실손의료보험과 유사할 것"이라며 "환급금을 사업비로 처리할 경우 기존의 요율 산출 시스템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의 낮은 손해율에 근거해 할인을 진행할 경우 보험료를 대폭 인하해야 하므로 사업비에서 할인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반면 사업비를 재원으로 해도 큰 문제가 없으며, 디지털보험사로서 신규 시장에 저변을 확대하는 만큼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보험업계 전문가는 "현재 법규 체계상 일반 손해보험은 만기환급금이 없어 위험률에 반영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장기보험이나 생명보험이라면 환급금을 위험률에 반영하는 게 맞겠지만 일반 손해보험이라면 사업비에 반영하는 것도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과거 금융당국도 건강증진형 상품의 경우 가입자의 건강관리 노력에 따라 사업비 내에서 보험료를 할인하도록 허가해준 바 있다"면서 "소비자 유익을 증진하는 신규 상품의 경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보다는 오히려 개발, 판매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보험사 관계자도 "보험시장에 신규진입한 디지털보험사들의 경우 현재 사업비 구조로는 유지비를 충당하기 어렵다"면서 "신규 고객을 지속적으로 모집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정한 사업비를 쓴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적정 사업비 수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주는 게 과당경쟁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KB손해보험과 캐롯손해보험도 해외여행자보험에서 환급금 지급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다만 포인트 제도 방식이거나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등 특약으로 내놓은 카카오페이손보와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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