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 털어 보험금 주겠다던 설계사...ABL생명이 편드니 '태도 일변'
설계사 과실을 고객 잘못으로 떠넘겨...소비자보호는 없었다
"보험금 지급 후 구상하는 것보다 보험금 부지급이 절차상 편했을 것"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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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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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모집 과정에서의 잘못을 설계사가 인정했음에도 보험사인 ABL생명이 고객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몰아갔다. 고객은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했고 계약도 일방적으로 해지당했다. 소비자를 보호하고 기업윤리를 실천하겠다는 ABL생명의 윤리경영 원칙은 허울뿐이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13일 뉴스포트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2022년 7월 ABL생명의 'DIY THE 건강통합보험'에 가입했던 A씨는 1년 뒤인 2023년 7월 갑상선 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ABL생명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수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물론 계약을 해지했다. 실상은 설계사 B씨가 A씨에게 과거 검사 내용을 알릴 필요 없다고 안내한 게 배경이다.
당초 B씨가 고객인 A씨의 고지의무를 방해한 것이 잘못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관련기사: "설계사 잘못인데 고객이 봉?"...ABL생명, 보험금 안 주고 계약은 해지]
B씨는 ABL생명에 제출한 첫 모집경위서(8월 7일자)에서 자신이 A씨의 검사 사실을 들었음에도 자의적인 판단 아래 청약서상 기재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사태의 진전이 없자 8월 21일 A씨를 방문해 "제 과실로 이렇게 된 것에 저 역시 책임을 느낀다"면서 "다만 제가 구상받게 되면 불완전판매로 신고가 들어가 일을 아예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하소연했다.
당시 B씨는 보험금 등 1000만원을 사비로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A씨는 이를 거절했다. A씨로선 계약 해지시 다른 보험 가입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새로 가입하게 되더라도 기존보다 훨씬 높은 보험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
그러자 B씨의 태도가 돌변했다. B씨는 ABL생명에 두 번째로 모집경위서(8월 28일자)를 제출했다. 이 경위서에는 ▲A씨가 손해사정사한테 해당 사건이 고지의무 위반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점 ▲A씨가 본인이 찾은 판례와 본인 주장을 경위서 작성시 실어달라고 요청했다는 점 등이 기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당시 A씨와 B씨가 나눈 통화와 카카오톡 내용을 확인한 결과 오히려 A씨는 손해사정사로부터 해당 사건이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을 안내받았다. 또 A씨가 판례를 보낸 건 사실이지만 "혹시 참고할 게 있으면 참고하셔도 될 것 같아요!"라고만 전했을 뿐 판례와 본인 주장을 실어달라고 요청한 부분은 찾을 수 없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ABL생명이 설계사 B씨의 주장이 담긴 모집경위서만 참고했다는 점이다. 고객인 A씨의 주장과 근거는 철저히 배재했다.
A씨는 설계사 B씨가 사과하러 온 당시 녹취록과 카카오톡 내용을 ABL생명에 전달했다. ABL생명 소비자보호 담당 직원은 A씨에게 "녹취는 계약 당시의 것이 아니므로 중요하지 않다"면서 "B씨가 최종 진술해 제출한 내용을 보면 고객님(A씨)이 말씀하신 내용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는 고지방해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고 보험사는 그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곳이 아니다"면서 "(그 진위 여부를 판단하려면) 고객님이 법적 분쟁을 하셔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인 한국소비자원이 A씨 민원을 확인하기 위해 ABL생명에 연락을 취하자 보상 담당 직원은 "모집경위서라든지 녹취 등을 받아본 적이 없어 소비자 편을 들 수가 없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A씨 관련 내용을 ABL생명 소비자보호 담당자가 보상 담당자에게 전달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 보험 전문 변호사는 "고지 안 해도 된다고 한 것은 명백한 설계사의 잘못"이라며 "B씨의 첫 번째 모집경위서가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변호사도 "법적 분쟁시 설계사의 여러 진술 중 초기 진술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의 고지의무 방해가 문제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사는 A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이후 설계사에게 구상을 청구하는 게 절차상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계사에게 구상하는 것보다 보험금 자체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 보험사 업무 절차상 더 편했을 것"이라며 "이는 소비자 보호를 배재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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