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암초 만난 한화생명]上 3년 만의 배당계획 '불투명'
회계 전환·금리인상 영향 “부채 감소가 배당가능이익 늘리지 않아”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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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8 16:37 | 최종 수정 2023.11.0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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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의 2023년 배당 계획이 암초에 부딪혔다. 올해도 배당을 하지 않으면 부정적인 시그널로 인식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자들은 올해 국제회계기준(IFRS9·IFRS17) 적용으로 배당을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배당 재원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2년간 배당을 하지 않았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2020년 이후 3년 만에 배당 계획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부 변수인 금리가 배당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는 보험사에 IFRS9이 적용된 첫 해다. IFRS9는 금융상품을 분류, 측정하는 기준이다. 보유목적은 물론 현금흐름 특성까지 고려해 금융상품을 분류한다. 금융상품의 현금흐름이 원금과 이자로만 구성돼 있지 않다면 보유목적과 무관하게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FVPL) 금융상품으로 분류한다.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대출채권을 제외한 금융자산 대부분이 FVPL로 분류된다. 가령 구 회계제도(IAS39)에서는 수익증권이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분류돼 그 공정가치 변동분을 기타포괄손익(OCI)으로 인식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IFRS9에서는 무조건 FVPL로 분류돼 공정가치 변동분이 고스란히 당기손익에 반영된다.
새로운 회계제도를 적용한 영향으로 보험사의 FVPL 금융자산 비중은 올해 들어 크게 확대됐다. 올 상반기 한화생명의 FVPL 금융자산(연결기준) 규모는 51조3600억원으로 전체 자산(143조490억원)의 35.9%에 달했다. 이처럼 FVPL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가 상승하면 금융자산 평가액이 감소하면서 당기순이익이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부채 쪽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보험사 부채에서 FVPL로 분류된 부채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부채 대부분이 보험계약부채이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한화생명의 FVPL 금융부채 규모는 2조3720억원으로 전체 부채(126조9010억원)의 1.87%에 그쳤다. 반면 한화생명의 보험계약부채는 98조995억원으로 전체 부채의 77.3%에 달한다.
올해부터 보험계약부채는 IFRS17에 따라 시가로 평가된다. 이에 금리 변동에 따라 그 평가액이 수시로 변한다.
중요한 건 이러한 공정가치 변동분을 기타포괄손익(OCI)으로 처리한다는 것. 당기손익으로 처리하면 세금과 배당 등을 이유로 사외 유출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보험계약부채는 향후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할 책임준비금이므로 관리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이들 보험부채의 평가액은 감소한다. 부채가 감소하기 때문에 이익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당기손익이 아닌 OCI로 인식돼 기타포괄손익누계액(AOCI)에 반영된다. AOCI에 축적된 금액은 배당가능 재원에서 제외된다.
다시 말해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채의 감소가 배당가능이익을 늘리는 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한 보험회계 전문가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자산과 금융부채의 변동이 당기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비대칭적"이라면서 "금융부채의 감소가 당기순이익을 늘리지 못하므로 보험사의 배당 재원은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가 더 오를시 배당가능이익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면서 "한화생명으로선 고민이 깊어질 시점"이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올해 매 실적 발표마다 배당을 실시하려는 회사의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혀왔다"면서 "이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실제 배당가능이익은 연말 실적까지 나와봐야 얼마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으로선 배당 여부나 액수 등에 대해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시중금리는 상승세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달 4.4% 부근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10월 전고점(4.50%)을 기록한 뒤 조정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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