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넣으니 보험료 4400만원 줄었네"...아파트 화재보험료 '수술대에'

금감원, 화재보험 전수조사...이르면 5월 제도개선안 적용

여지훈 승인 2023.04.19 15:32 | 최종 수정 2023.04.19 15:54 의견 0

화재보험이 도마에 올랐다. 재가입 시 비상식적인 보험료 폭등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보험료 인상 사례를 파악해 시정조치하는 한편 제도 개선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사진=픽사베이]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화재보험료 부당 인상 사례 및 보험료 인상률 결정 방식 등을 전수 조사 중이다. 단순 화재 발생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절하거나 소비자 동의 없이 특약을 끼워 넣어 보장 한도를 확대하는 등 비합리적인 보험료 인상 사례가 불거지면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2년(2021년 1월~2022년 12월)간 화재 발생 후 보험료가 2배 이상 증가한 아파트는 전국 82곳(화재보험 원수보험료 상위 4개사 기준)으로 확인됐다.

최근 메리츠화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 발생 이후 보험료가 15배가량 뛰어 오르기도 했다. 해당 아파트의 지난해 보험료는 약 400만원. 화재 이후 갱신 보험료는 약 6500만원이었다. 아파트 측이 메리츠화재로부터 받은 보상금이 1억2200만원임을 감안하면, 2년 만에 보상금 전액 회수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파트 입주자 측은 다른 보험사 가입도 알아봤지만 견적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감원에 이의를 제기하자 보험료가 절반 수준인 3000만원 대로 줄었고, 국회에 민원을 넣자 다시 2100만원까지 낮아졌다. ‘고무줄 보험료’란 지적과 함께 ‘민원을 제기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

하지만 메리츠화재는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논란이 된 보험료는 보험법인판매대리점(GA)이 입주자 측에 설계안을 보내고 담보 조정 과정에서 이슈가 된 것으로 아직 청약도 안 된 상태였다”며 “상품 설계도 GA 사용인이 한 것으로 메리츠화재가 관여한 부분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해당 아파트는 노후 아파트인 데다 고액 사고가 난 만큼 기존보다 보장을 강화해 설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그 과정에서 담보를 많이 넣다 보니 (가설계 상품의) 보험료가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료 상승이 반드시 보험사나 GA로 인한 것이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제로 일부 보험사가 보험료 갱신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입을 거절하거나 소비자 동의 없이 특약을 끼워넣어 보장 한도를 확대한 사례가 있다”면서도 “반대로 소비자가 원해서 보장 한도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으므로 보험료 상승을 반드시 보험사나 GA 문제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보험사의 견적 거부와 관련해서는 “각사 인수 기준에 따라 개별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화재 발생 내역이 있는 데다 한 번의 화재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개별 보험사로서도 계약 체결이 부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개별 보험사의 단독 인수가 어려운 경우 화재보험협회를 통한 공동인수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공동인수제도는 다수의 보험사가 사고위험을 인수함으로써 위험률이 높은 계약의 손해율을 분산하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특수건물로서 화재보험 의무가입 대상만 가입할 수 있으므로 그 한계가 명확하다. 아파트는 16층 이상인 경우에만 특수건물로 분류돼 공동인수가 가능하다. 또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상품을 특약으로 넣는 경우에도 공동인수에서 제외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의무 특약 외에 가입자가 원하는 다른 특약을 넣을 경우 공동인수가 불가능하다”며 “계약자 편의 증진을 위해 특수건물에 대해서는 일부 특약을 허용하는 쪽으로 공동인수제도를 확대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특수건물 외의 일반건물에 대해서는 관련 논의가 전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쟁입찰로 진행되는 화재보험 특성상 보험사가 가입을 거절하더라도 금융당국이 제재할 명분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보험사는 위험률 등을 고려해 가입 한도나 인수 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한다. 위험도가 높은 건물에 대해 인수 기준 미충족을 이유로 가입을 거절하는 것을 두고 당국이 강제하기도 마땅찮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판매 과정에서의 문제점, 가입 거절시 대책 마련 등에 대해 현재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며 “이르면 오는 5월 중으로 조사 결과와 함께 개선안이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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