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원 iM라이프 신임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지급여력비율(K-ICS·킥스비율)은 물론 기본자본마저 급감하며 회사의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탓이다.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이 1년 새 80%포인트(p) 이상 곤두박질치며 추가 자본 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M라이프의 올해 1분기 경과조치 적용 후 지급여력비율은 181.9%로 전년 동기(236.8%) 대비 약 55%p 하락할 것으로 추산됐다.
더 큰 문제는 기본자본의 급감이다. 기본자본은 보통주, 자본증권, 이익잉여금, 기타포괄손익누계액 등으로 구성된 순자산에서 손실흡수에 제약이 있는 항목을 차감해 산출한다. 차감 대상은 기본자본 자본증권의 인정한도(총요구자본의 10~15%) 초과분, 보완자본 자본증권, 해약환급금 부족분 상당액 중 해약환급금준비금 상당액 초과분 등이다.
iM라이프의 경과조치 적용 후 기본자본은 지난해 말 483억원으로 전년(3307억원) 대비 2800억원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은 93.1%에서 12.5%로 추락했다.
급감의 주된 원인은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의 감소다. 이익잉여금은 전년 대비 약 574억원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2615억원에서 -5547억원으로 3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할인율 하락으로 보험부채 평가액이 급증하며 기타포괄손익의 손실이 확대된 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규제 도입시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현 상태로는 규제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규제 도입시라도 유예기간이 주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회사로선 지체할 여유가 없다는 평가다. iM라이프는 지주에 유상증자 필요성을 지속해서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영업을 통한 이익 개선은 단기간에 기대하기 어렵고 상품 포트폴리오도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iM라이프가 그룹 차원의 유상증자를 제안하고 있지만 iM금융그룹의 자금 여력이 크지 않아 재원 조달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미 iM라이프는 지난 2022년 1820억원(300억원·1520억원), 2023년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지급여력비율 방어를 위해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각각 1000억원, 75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도 발행했다. 금리는 각각 6.1%와 5.5%로 두 건을 합치면 연간 100억원 남짓의 이자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재무통’으로 알려진 박경원 대표가 현재의 난국을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대표는 직전까지 신한라이프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던 재무 전문가다. 오렌지라이프와 신한라이프의 합병 이후 단기납종신 등 상품 전략에서 두각을 나타내 부사장 연임이 유력했으나, 이를 마다하고 iM라이프 대표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지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한라이프 재직 당시에도 비용 절감과 조직 관리에 강한 역량을 보여준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iM라이프에서도 수익 확대보다는 비용 통제를 중심으로 경영 전략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편, IM라이프는 공통적용 경과조치 외에도 선택적용 경과조치를 적용 중이다. 이에 신규도입 위험(장수·해지·사업비·대재해위험) 측정으로 인한 보험위험액 증가효과와 리스크 측정기준 강화로 인한 주식위험액 증가분을 점진적으로 인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