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대표이사 퇴진]③ 저우궈단의 성공 전략 ‘메리츠 겉모습 카피하라’

명확한 수수료율 규정도 없이 대규모 점포 도입 계획
내부 공분 커지자 전략 번복 ‘원점부터 재검토’

김승동 승인 2023.04.14 14:00 의견 0

동양생명이 메리츠화재의 전략을 카피, 대규모 점포를 도입하고 정규직 지점장을 사업가형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환자에 대한 대우 및 설계사의 수수료율도 제대로 규정하지 않아 잡음만 발생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구체적인 계획 없이 겉모습만 답습하는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인 이달 초 60여개의 지점을 축소, 약 40개의 대형지점으로 통폐합을 계획했다고 알려졌다. 정규직 지점장은 계약직인 사업가형으로 전환도 고민했다. 사업가형 지점장은 급여 대신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는다.

정체된 전속 판매조직을 활성화 하기 위해 지점장부터 사업가형으로 전환, 메리츠화재의 성공 전략을 벤치마킹 하겠다는 거다. 대규모 점포로 전환은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당초 이달 1일부터 전환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저우궈단 대표이사는 계약직 전환에 따른 위로금 지급 정책을 뒤집었다. 또 소속 설계사의 수수료 규정도 명확히 하지 않아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동양생명의 대형 점포 전환 계획은 답보 상태다.

저우궈단 동양생명 대표이사사


저우궈단 대표이사는 당초 위로금과 함께 고용안정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계약직 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및 수수료 규정도 확정되지 않은 3월말 일부 지점장만 장충동 테니스장에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저우궈단 대표이사는 ‘일시금 형식의 위로금은 지급할 수 없다’는 등의 통보를 했다고 전해진다. 다만 계약직으로 전환할 경우 지점 설계사로 20명(월환산 1500만원)을 보낼 것이라고 선언했다는 후문이다. 동양생명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장충테니스장을 운영권을 매입했다.

보험사의 핵심은 영업이다. 영업채널 조직개편은 회사의 중대한 결정이다. 이런 결정을 비공식적인 루트로 알린 것이다.

해당 사실이 공론화되면서 임직원의 반발이 거세졌다. 저우궈단 대표이사는 다시 말은 번복했다. 계약직으로 전환했더라도 원한다면 2년 후 다시 정직원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현재 대규모 점포 및 사업가형 지점장 전환은 다시 원점부터 재검토한다고 알려졌다.

익명의 동양생명 관계자는 “회사 정책은 투명해야 하며 중요 사항은 임직원 모두 알 수 있어야 한다”면서 “회사 성장을 위한 결정이었다면 공식적으로 공표해야 하며, 한번 세운 전략과 목표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익명의 동양생명 관계자는 “대규모 점포만 도입한다고 영업조직이 활성화 될 수는 없다”며 “우선 설계사의 수수료율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전략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우궈단 대표이사의 대규모 점포 전환 계획은 메리츠화재의 겉모습만 따라하는 것일 뿐”이라며 “이 경우 대규모 점포를 도입한다 해도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메리츠화재는 지난 2016년 약 220개의 점포를 100여개로 절반 이상 줄였다. 개인영업본부장→지역단장→지역소장→지점장의 조직체계도 본부장→지점장으로 간소화했다. 또 지점장도 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설계매니저를 대폭 증원하는 등 백오피스 기능을 강화해 현장 설계사의 영업 활성화를 도모했다. 또 상품경쟁력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인 동시에 판매 수당과 함께 보너스인 시책까지 업계 최고 수준으로 지급했다.

내부 조직개편과 상품경쟁력 강화, 판매수수료 제고 등 보험사 내외부의 전략을 모두 개선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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