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 더 어렵다"...IBK연금보험, ALM관리 사실상 '손 놔'

금리위험이 총 위험액 '절반'...금리 변동성 리스크 취약
"듀레이션 미스매칭"...단종 보험사로 포트폴리오 다변화 불가능

여지훈 승인 2023.12.20 10:27 의견 0

IBK연금보험의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금리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금리위험에 크게 노출된 게 배경이다. 단종 보험사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리스크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과조치(제도 적용 일시 유예) 전 IBK연금의 새 지급여력제도(K-ICS)상 시장위험액은 4610억원이었다. 이중 금리위험액이 3788억원으로 82.2%에 달했다. 총 위험액(7604억원) 기준으로도 절반에 이른다. 금리위험은 금리 변동으로 인해 회사의 순자산 가치가 요동치는 위험을 말한다. 그만큼 IBK연금의 재무건전성이 금리 변동에 취약하다는 뜻이다.

[사진=IBK연금보험]

IBK연금의 순자산은 금리 하락시 4028억원 늘고 금리 상승시 3841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그 변동폭이 순자산 가치(6859억원) 대비 지나치게 크다는 평가다. 금리 변동성은 지난해 초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매우 커진 상황이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이전 대비 큰 폭의 금리 오름세와 내림세가 반복되는 중이다.

구 지급여력제도(RBC)에서는 금리위험을 자산-부채 듀레이션(가중 평균 만기) 갭으로 측정했다.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이 미스매칭되면 금리위험도 비례해 커졌다. K-ICS에서는 금리 상승·하락·평탄 등 충격시나리오를 적용해 자산과 부채를 재평가한 뒤 순자산의 변동성을 측정한다. 위험 산출 방식이 크게 바뀐 것.

그럼에도 듀레이션 매칭은 여전히 금리위험을 관리하는 데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한 보험 리스크관리 전문가는 "충격시나리오 방식에서도 듀레이션 매칭은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라며 "IBK연금은 듀레이션 갭이 크기 때문에 금리위험액이 크다"고 말했다.

IBK연금은 연금보험만 판매하는 단종 보험사다. 올 3분기까지 거둬들인 수입보험료 6687억원(일반계정 기준) 전액이 연금보험에서 유입됐다.

문제는 이들 상품 대부분이 공시이율형 연금보험이라는 것. 현재 판매 중인 '5년든든' 연금보험도 초기에만 확정이율을 적용한다. 공시이율은 보험사가 시장금리와 자산운용수익률을 반영해 매월 조정한다. 상품의 듀레이션이 확정이율형 상품에 비해 짧은 이유다. 공시이율형 연금보험의 듀레이션이 2~3년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IBK연금의 자산 듀레이션은 이보다 길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 상당수가 장기채권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 그럼에도 듀레이션 매칭을 위한 대응 수단이 없다. 다른 보험사처럼 종신보험이나 제3보험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듀레이션 조정이 불가능한 것.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종 보험사는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급격한 금리 변동시 유연한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올 상반기 IBK연금의 경과조치 적용 전 지급여력비율(K-ICS비율)은 79.8%로 감독법규에서 요구하는 기준치(100%)에 한참 미달했다. 푸본현대생명(5.6%)과 KDB생명(67.5%)에 이어 업계 최하위다. 경과조치가 없다면 유사시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한 자본 확보에 실패한 셈.

리스크관리 및 K-ICS비율 제고 방안을 묻고자 IBK연금에 수일에 걸쳐 연락했으나 인력 부재로 인해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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