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푸본현대생명, 듀레이션 미스매칭 개선해야

연금보험·퇴직연금 비중 커...금리위험액 대폭 확대

여지훈 승인 2024.01.05 11:47 | 최종 수정 2024.01.05 11:54 의견 0

푸본현대생명의 지난해 3분기 경과조치(제도 적용 일시 유예) 전 지급여력비율(K-ICS비율)이 한 자릿수(5%)를 기록한 것은 자산-부채 듀레이션 미스매칭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연금보험과 퇴직연금 비중이 큰 탓에 금리위험액이 늘어난 것이 배경이다. 리스크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빈털털이 푸본현대생명, 건전성 비율 '5%'...계약자에게 줄 돈 없어]

지난해 3분기 현재 푸본현대생명의 지급여력제도(K-ICS, 경과조치 전) 총위험액은 1조4443억원, 시장위험액은 9914억원, 금리위험액은 7244억원이다. 금리위험액이 총위험액의 절반 가량인 것. 금리위험은 금리 변동으로 인해 회사의 순자산 가치가 요동치는 위험을 말한다. 시장금리 변동의 푸본현대생명 재무건전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 업계는 해석한다.

금리 변동성은 미국이 금리 인상을 본격화한 지난 2022년 이후 급격히 확대됐다.

[사진=푸본현대생명]

지난 2022년까지 적용한 구 지급여력제도(RBC)에서는 금리위험을 자산-부채 듀레이션(가중 평균 만기) 갭으로 측정했다. 듀레이션 미스매칭이 커지면 금리위험도 비례해 커졌다. K-ICS에서는 금리 상승·하락·평탄 등 충격시나리오를 적용해 자산과 부채를 평가한 뒤 순자산의 변동성을 측정한다. 위험 산출 방식이 크게 바뀐 것.

그럼에도 듀레이션 갭은 금리위험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 리스크관리 전문가는 "충격시나리오 방식에서도 듀레이션 매칭은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푸본현대생명은 편중된 포트폴리오로 인해 듀레이션 미스매칭이 크다는 지적이다.

푸본현대생명의 지난해 3분기 전체 수입보험료 1조2612억원(일반계정 기준) 중 51.0%(6438억원)가 연금보험에서 유입됐다. 생명보험사 중 연금보험 비중이 더 큰 것은 연금보험만 판매하는 IBK연금보험,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 비중이 높은 하나생명뿐이다.

이들 보험사가 판매하는 연금보험 대부분은 공시이율형 상품이다. 푸본현대생명이 판매 중인 'MAX 연금보험 하이브리드'도 초기 5년만 확정이율을 적용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공시이율을 적용한다. 공시이율형 연금보험은 보험사가 계약자적립액 축적시 공시이율을 적용하는 상품을 말한다.

공시이율은 보험사가 시장금리와 자산운용수익률을 반영해 매월 조정하므로 듀레이션이 확정이율형 상품에 비해 짧다. 공시이율형 연금보험의 부채 듀레이션이 2~3년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푸본현대생명의 자산 듀레이션은 이보다 길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 상당수가 장기채권 등으로 구성됐기 때문. 부채 듀레이션이 더 긴 경쟁사와는 대조적이다.

특별계정까지 감안하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푸본현대생명의 지난해 3분기 퇴직연금 보유계약액은 8조7726억원에 달했다. 삼성생명(28조2419억원)과 교보생명(11조7060억원)을 제외하면 생보사 중 3위다. 빅3중 하나인 한화생명(8조743억원)을 7000억원가량 앞선다.

퇴직연금 만기는 대부분 1년이다. 퇴직연금 비중이 클수록 보험사의 부채 듀레이션은 짧아진다. 푸본현대생명 특별계정 역시 금리위험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 매년 만기 도래시마다 유동성 문제도 불거진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푸본현대생명이 최근 만기가 긴 제3보험 판매를 늘린다고 하지만 그 비중이 작다"면서 "듀레이션 매칭 없이는 금리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것"이라고 짚었다.

보험회계 전문가는 "자본 확충이 시급한 보험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후순위채 발행 등을 계획 중이다"면서도 "높은 수준의 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이 커지면 채권 발행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리스크관리 및 K-ICS비율 제고 방안을 듣고자 푸본현대생명에 수일에 걸쳐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