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생명보험사가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전용 저축성보험 판매를 위해 이율을 경쟁적으로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투자영업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해당 보험사들은 실보다 득이 더 많다는 입장이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BK연금보험은 오는 24일 5.3%의 확정이율을 적용한 방카슈랑스 전용 연금보험을 출시, 5000억원 한도로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소식이 방카슈랑스 업계에 전해지자 내달 5.0%의 이율을 적용한 저축보험을 출시하려 계획했던 동양생명·ABL생명 등 일부 보험사는 금리를 더 높여 출시할 것인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흥국생명은 5.0%를 초과하는 확정고금리 상품을 출시할 경우 이차역마진(이자율차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로, 상품 출시 여부 자체를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5.0% 이상의 확정이율을 적용한 상품을 출시해도 보험사의 부채나 리스크가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5년·일시납 저축보험, 판매 이유는
최근 판매되고 있는 저축성보험은 대부분 일시납, 5년 만기 조건이다. 만기 후에는 1.0%의 이율(만기 후 1년 이내는 공시이율의 50%)이 적용된다. 가령 이달 5%의 이율을 적용한 상품에 가입했다면, 만기 시점인 2026년 10월까짐나 5.0%의 이율이 적용된다. 그 이후에는 은행 예금보다 낮은 이율이 적용되는 셈이다.
보험사는 초기 들어온 자금만 매칭시키면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익스포저 변동이 크지 않다. 가령 5.0% 저축보험 판매, 짧은 기간 동안(일시납) 5000억원의 보험료 수입이 발생했다. 이 경우 5.5% 내외의 금리를 제공하는 회사채 등에 매칭시키면 된다.
참고로 저축보험에 부리한 이율보다 0.2%~0.5%포인트 정도 높은 이율을 제공하는 채권 등에 매칭시키면 보험사는 이익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즉 5.0% 저축보험을 판매할 경우 5.2~5.5% 정도 수익을 내는 곳에 매칭, 투자하면 ALM관리에 문제가 없다는 것.
실제 보험사는 최근 판매한 저축보험 수입보험료를 5년만기 국고채에 대부분 투자하고, 일부를 고금리 회사채 등에 분산 투자한다는 전략으로 알려졌다. AA-등급 회사채(3년물) 5.0% 대다. ALM 매칭만 잘 하면 투자이익이 발생한다는 전략이다.
저축성보험을 판매할 경우 새국제획계기준(IFRS17)으로 회계가 전환되는 내년 이후 보험부채가 대폭 증가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선이다.
일시납 조건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회계상 부채가 대폭 증가한다. 그만큼 자산도 크게 증가한다. 이 역시 ALM만 잘 관리하면 되는 문제라는 거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을 판매하면 부채만 커지고 손실을 본다는 건 초저금리 시대의 착각”이라며 “5년 동안만 ALM 관리를 잘 한다면 오히려 자산운용에서 이익을 볼 수 있는 효자상품”이라고 말했다.
◆ ALM 관리가 관건...이차역마진 가능성 커져
자산은 대폭 키울 수 있고, 금리리스크는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게 보험사의 분석이다. 그다면 왜 모든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 판매에 나서지 않는 것일까? 이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회사채 시장은 규모가 크지 않아 매칭시킬 물량이 적다”며 “금리 상승으로 인해 부동산 PF도 위축되어 마땅한 대체투자처가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또 있다. 지금까지 생보사들은 일시납, 5년 만기 상품에 대한 경험치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예정해지율 산출이 어렵다. 예정해지율과 실제해지율이 차이가 심하게 발생하면 계약서비스마진(CSM)이 달라진다. 즉 예상했던 이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에 전략적인 목적을 가진 일부 보험사만 저축보험을 판매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가령 한화생명의 경우 10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할 계획이었다. 영구채는 100% 자본으로 인정, 보험사의 건전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한화생명은 영구채 발행을 잠정 보류했다. 이후 저축보험 판매를 시작했다.
건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가용자본을 늘려야 한다. 일시납 저축보험 판매로 보험료 수입을 늘려도 가용자본을 증액하는 효과가 있다. 즉 저축성보험으로 유동성을 늘리면 영구채 발행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ALM 관리만 잘 하면 영구채 발행보다 보험사에 이점이 많다는 전략이 깔린 셈이다.
결국 ALM으로 귀결된다. 전날(18일) 종가 기준으로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약 4.3%, AA- 회사채는 5.4%다. 이에 4.5% 확정이율의 저축보험을 판매, 들어온 보험료 수입을 국고채·회사채 등에 매칭해 이익을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5.3%의 이율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히려 손실이 날 수 있다는 거다.
또 다른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5.3% 이상의 이율을 적용한 저축보험으로 매칭, 이익을 낼 수 있는 자산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리스크를 감당하더라도 자산규모를 키운다는 전략적 판단 등이 있다면 저축성보험을 판매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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