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한 설계사로부터 올해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을 갈아탈 경우 보험료를 반값으로 할인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환했다. 그런데 실제 보험료는 50%로 줄어들지 않았다. 이유를 파악하니 해당 설계사가 과거 가입한 전 상품을 해지하고, 실손 전환을 핑계로 모든 상품을 재가입시켰기 때문이다.
실손보험 전환 마케팅이 성황하면서 부작용도 증가하고 있다. 실손보험 전환을 핑계로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접근, 과거 가입한 상품을 모두 해지시키고 신상품 가입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보험 전문가들은 이 경우 막대한 손실이 있을 수 있다며, 실손보험 1개 상품만 전환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실손보험을 전환하면 보험료가 반값으로 할인된다. 금융당국은 4세대 실손보험 전환자를 늘리기 위해 할인 카드를 꺼내고, 전환 실적을 각 보험사의 경영실태평가(RAAS)에 반영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각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전환을 위한 이벤트는 물론, 판매시책(보너스)까지 내걸었다.
금융당국이 4세대로 전환에 적극적인 이유는 실손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과거 1~3세대 실손보험은 의료쇼핑이나 과잉진료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었다. 이에 손해율이 급등했다. 이에 사고를 내면 할증되는 자동차보험처럼, 병원에 자주 갈수록 할증되는 4세대 실손보험의 가입자가 많아져야 실손보험이 지속될 수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과 함께 보험사들이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 마케팅에 적극적이자 부작용도 증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은 과거 가입한 모든 상품을 해지시키고, 신상품으로 갈아 태우는 방법이다.
2013년 이전 실손보험은 특약으로만 가입 가능했다. 이에 종신보험이나 암보험, 건강보험 등을 주계약으로 하고, 실손보험은 특약으로만 가입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실손보험 가입자 대부분은 실손보험 특약이 포함된 종합보험을 실손보험으로 착각하고 있다.
일부 보험설계사는 실손보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가입자에게 접근, 과거 상품의 대부분을 해지시킨다. 그리고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한다며 기존 상품을 해지하고, 그 자리에 신상품을 대거 끼워넣는 것이다. 보험을 잘 모르면 보험료만 소폭 낮아졌다는 것만 신경 쓸 뿐, 보장내용이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확인하지 않는다. 이후 보험사고가 발생하거나 환급하게 되면,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될 수 있다.
가령 과거 주계약 종신보험과 함께 암보험특약, 입원특약, 수술특약, 실손보험 특약을 가입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주계약만 놔두고 다른 특약을 모두 해지시킨다. 이후 실손보험만 4세대로 전환하고 암보험을 신규 가입시키면서 여기에 입원특약과 수술특약을 다시 판매하는 식이다.
이처럼 진행하는 이유는 실손보험만 전환할 경우 설계사 수당이 적기 때문이다. 높은 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결국 신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것. 이에 가입자 몰래 과거 상품을 깨고 신상품 가입을 권하는 식이다.
하지만 보험전문가들은 이처럼 과거 상품을 깨고, 다시 가입할 경우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과거 대비 보장이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납입해야 할 기간도 대폭 증가할 수 있다. 만약 무해지환급형 상품으로 갈아탈 경우, 납입만기 이전에 해지할 경우 환급금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실손보험료가 부담될 경우 실손보험 특약 딱 하나만 전환하면 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을 압박하면서 보험사들도 전환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도 “일부 설계사의 경우 본인의 판매 수당을 위해 과거 상품 대비 보장이 좋지 못하고 보험료도 비싼 신상품으로 바꿔치기 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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