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바꿨더니 수백만원 더 내라’...보험사 청구서 분납 가능해진다
일시납만 가능→분납도 허용, 소비자 선택권 제고
직업 변경에 따른 소비자 부담 경감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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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30 16:00 | 최종 수정 2024.05.3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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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학생일 때 상해보험에 가입했던 A씨는 최근 굴삭기 운전사로 채용됐다. 그러자 보험사는 A씨에게 수백만원의 정산금을 일시에 납부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직업 변경에 따른 위험 증가로 인해 준비금 차액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정산금 납부에 부담을 느낀 A씨는 결국 10년간 유지해온 보험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직업·직무 변경에 따라 정산금을 추가 납입해야 하는 보험계약자의 부담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그동안 일시납만 가능했지만 금융당국이 표준약관을 개정하면서 분납이 가능해진 게 배경이다. 소비자 편익을 크게 증진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앞으로 직업·직무 변경으로 발생한 정산금을 보험료에 합산해 분납하는 게 가능해진다. 그동안 일시납만 가능해 소비자 부담이 컸던 점을 감안, 금감원이 표준약관 개정에 나선 것. 금감원은 오는 하반기 표준약관 개정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엔 적립해야 할 책임준비금이 1000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증액된 경우 계약자가 차액인 800만원을 일시에 납부해야만 했다. 정산금을 납부하지 않는다면 계약자는 보험사고시 보험금이 감액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가령 사망시 1억원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보험에 가입했다면 사고 발생시 약 5560만원(1억원×1000만원÷1800만원)의 보험금만 지급받는 식이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정산금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위험증가로 인한 계약 변경 이후 3개월 내에 계약을 해지한 수는 무려 1만건에 이르렀다. 100만원 이상의 정산금이 발생한 계약건수는 2860건으로, 가장 큰 규모의 정산금은 913만원에 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위험 변경시 보험료 증액에 더해 최대 수백만원에 달하는 정산금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그간 일시납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오랜 시간 유지해온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정산금 분납이 가능해지면서 소비자가 자금 사정에 따라 납부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면서 "신규 계약자뿐 아니라 기존 계약자도 특약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의 혜택을 누리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오는 하반기 표준약관 개정이 완료되는대로 보험사의 정산금 분납을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보험사는 이미 제도 적용 준비를 끝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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