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의 영업력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4월 단행한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방카슈랑스를 통해 저축성보험 매출을 끌어올려 당기순이익을 높이는 착시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매출 확대가 방법은 회계제도가 변경되는 내년 이후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이 올해 3분기까지 올린 매출(초회보험료)은 1조24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9460억원 대비 2940억원 증가했다. 초회보험료는 보험가입 후 처음 내는 보험료로 성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매출액 지표로만 보면 지난해 4월 단행한 제판분리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부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상황이 오히려 나빠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3분기까지 올린 매출액 중 7410억원이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에서 발생했다. 방카슈랑스 비중이 전체 매출의 60%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3분기에만 방카슈랑스에서 6150억원의 매출이 나왔다. 이에 대해 업계는 제판분리 이후 매출이 오히려 감소하자 실적 반등을 위해 저축성보험을 밀어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참고로 한화생명의 지난 2020년 3분기까지 방카슈랑스 누적 매출액은 3920억원에 그쳤다.
문제는 방카슈랑스에서 발생한 매출이 대부분 저축성보험이라는 점이다. 예적금 만기에 맞춰 은행을 찾은 고객에게 저축보다 높은 이율을 적용하는 보험상품을 권하기 때문이다.
저축성보험은 IFRS17이 도입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저축성보험 매출이 증가하면, 이익(CSM)보다 부채(BEL)가 커질 수 있다. 아울러 저축성보험 만기가 끝날 때까지 금리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 저축성보험은 향후 보험료의 대부분은 환급금, 보험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탓이다.
즉 IFRS17 적용 직전인 현재 저축성보험으로 매출을 늘리는 건, 매우 단기적인 시각이라는 의미다. 2023년 이후 오히려 한화생명의 체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평가다. 한화생명을 제외한 대부분 생보사들은 이에 지난 2017년 이후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여왔다.
한화생명이 단기적인 시각으로 저축성보험을 늘린 것은 지난 4월 제판분리 이후 영업조직의 경재력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이 배경이다.
지난 2020년 말 한화생명의 전속설계사는 2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에는 1만7700명으로 약 2300명 감소했다. 3분기만에 약 11% 조직이 축소된 셈이다.
설계사 조직이 줄어든 영향으로 개인보험 매출(APE)도 1조1164억원으로 2020년 3분기 1조4430억원 대비 3266억원 감소했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보험 매출(PAE)도 7140억원으로, 전년인 2020년 8660억원 대비 1520억원 줄었다.
한화생명의 문제는 이제부터 본격화 될 것이라는 업계의 시각이다. 영업조직의 이탈을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행한 제판분리로 인해 전속영업조직은 법인보험판매대리점(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으로 바뀌었다. GA는 여러 보험사 상품은 비교, 판매하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모기업인 한화생명 상품을 일정규모 이상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삼성·교보생명 등 경쟁사 상품 판매를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GA이지만 GA 역할은 하지 못하는 것이다.
설계사 소득도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상품을 비교·판매할 수 있다는 것 이외에 GA의 장점은 높은 판매수당이다. 그러나 제판분리 이전과 이후의 판매수당은 거의 달라진 게 없다는 전언이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라는 GA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성공전략이 현재까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업계 전문가의 평가다. GA가 성공하기 위한 방법과 모기업인 한화생명이 성장하는 방법에 충돌이 발생하는 탓이다.
GA는 판매수당을 이익으로 얻는다. 따라서 수당이 높은 상품을 많이 판매하면 된다. 그러나 모기업인 한화생명 상품을 일정비율 이상 판매해야 하는 게 문제다. 한화생명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수당을 늘리면, 이는 모기업인 한화생명의 이익에 반하게 된다. 그렇다고 경쟁사 상품 판매를 늘리는 것도 부담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라는 GA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성공전략이 불투명하다”라며 “모기업 상품 판매만 강조하면 조직이탈은 막을 수 없고, 경쟁사 상품을 판매하면 그 역시 문제가 될 수 있어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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