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해상, 약관과 무관한 내용 주장...'보험금 못 주겠다'

의료자문제도까지 악용 의심...금감원 '문제 있다'

김승동 승인 2021.10.11 19:56 | 최종 수정 2021.10.12 09:50 의견 0

# 2011년 현대해상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A씨는 2019년부터 무릎관절 통증으로 재활의학과에서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등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실손보험 약관은 ‘치료로 인해 발생한 의료비를 보상’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현대해상은 보험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이후 받은 체외충격파에 대해 청구한 보험금은 돌연 지급을 거절해 문제가 되고 있다.

현대해상이 약관과 무관한 내용을 주장하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도마에 올랐다. 보험금 지급이 증가,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상승하자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는 신의칙 위반일 수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최근 ‘하이라이프퍼펙트종합보험’ 가입자가 청구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해당 상품 약관과 상관없는 내용을 적시한 부지급 통보서를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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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9년 8월부터 무릎관절의 염증 치료를 받았다. 치료비 중 일부를 2011년에 가입한 종합보험의 실손보험특약을 통해 청구했다. 현대해상은 2021년 6월까지는 치료 목적을 확인하고, 약관에 부합한다며 보험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7월 이후부터 치료받고 청구한 보험금은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부지급통보서에는 2017년 이후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와 관련 약관이 변경됐다는 것을 이유로 거론했다.

보험은 부합계약으로 가입 당시 약관에 따라 보상 여부를 결정한다. 즉 A씨가 가입한 2011년 약관에 따라 보상 유무가 갈린다. 해당 약관은 ‘피보험자(가입자)가 질병으로 인해 입·통원해 치료받았으면 의료비를 보상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대해상은 약관에 따라 처음에는 보험금을 지급했던 것.

지난 7월에는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 2017년 4월 실손보험 약관이 개정됐다는 것이 이유다. 개정된 약관은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등 일부를 특약으로 구분했다. 이처럼 특약으로 구분한 이유는 과잉진료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즉 A씨도 과잉진료로 판단되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의미다.

문제는 보험은 가입 당시 약관에 따른다는 점이다. 이에 2011년에 가입한 A씨는 2017년에 상품 약관 변경 유무와 상관없이 보상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만약 가입 이후 약관 개정을 이유로 보상을 할 수 없다면 이는 상법의 신의칙, 보험업법의 신의성실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

또 현대해상은 제3의료기관을 통해 받은 자문 결과 ‘과잉진료’로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자문의는 ▲도수치료 주2~3회 총 3주 ▲체외충격파 주1회 총 6주 ▲증식치료 5회 시행이 적정하다고 밝혔다.

다만 자문서에는 ‘환자를 직접 진찰한 소견이 아닌 의학적 자료만으로 작성된 소견임을 참조해야 하며, 이의가 있을 경우 타 전문의의 소견을 구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즉 환자 A씨를 직접 진찰한 것이 아닌 통상적인 의학적 자료를 덧붙였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부지급통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등 일부 치료의 경우 과잉진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이에 지난 2016년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하고 과잉진료를 받은 치료에 대해서는 보험금 부지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분쟁조정은 해당 민원에만 국한되는 것”이라며 “모든 환자(실손보험 가입자)에게 천편일률적으로 해당 분쟁조정례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최근 현대해상처럼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상현 HBC자산관리센터 대표는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지난 7월부터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등 보존치료를 일정 횟수 이상 반복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약관에 없는 내용으로 보험금 면책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약관에 있는 내용임에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이는 작성자불이익원칙 위반이며 동시에 보험사의 신뢰를 낮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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