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車보험료 인상 힘들 듯...정비수가 인상분 반영 못해

정비수가 4.5% 인상으로 자동차보험료 약 1% 인상 압박
올해 자동차보험 흑자 예상...업계 보험료 인상 요구에 눈치

김승동 승인 2021.10.05 07:48 의견 2

자동차정비수가가 대폭 인상될 예정이지만 주요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료에 정비수가 인상폭을 반영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내년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자동차보험료는 동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5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정비협의회는 교통사고시 자동차의 시간당 공임비를 4.5% 인상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인상된 정비수가는 오는 12월부터 적용된다. 자동차정비협의회는 보험업계와 자동차정비업계 공익대표 등으로 구성, 정비수가를 결정하는 기구다.


정비업계는 9.9%를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보험업계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보험료가 대폭 인상된다며 2.3%를 적정 인상률로 제시했다. 4차례의 회의 후 최종적으로 4.5%가 결정됐다.

통상 정비수가 인상으로 자동차보험료도 약 1%p 상승 압력을 받는다. 즉 이번 정비수가 인상으로 올해 100만원의 자동차보험료를 낸 가입자는 내년 약 1만원의 보험료를 추가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번 정비수가 인상 부분을 자동차보험료로 반영하기 힘들 것으로 예측한다. 상위 손해보험사의 손해율이 안정화, 자동차보험 부분에서 흑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료는 지난 20년 동안 2017년 단 한해 흑자를 기록했을 정도로 수익성이 낮은 상품군이었다. 이는 자동차보험료가 준조세처럼 인식되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 등 상위 손보사 4곳의 평균 누적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은 78.9%다. 이는 2020년(85.7%), 2019년(92.9%)년 대비 손해율이 매우 안정화된 수치다. 업계는 자동차보험 적정 손해율을 80% 수준으로 보고 있다. 80% 이내면 흑자 달성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즉 2017년 이후 다시 흑자 가능성이 있는 것.

이에 정비수가 인상분을 보험료에 반영하기 위한 명분이 약하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원칙적으로 보험료 인상(인하)은 보험사들의 자율결정 사항이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으로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기 때문에 금융당국 등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과거에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0%를 밑돌자 금융당국과 정치권 등의 압박에 보험료를 내린 바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서민 물가를 잡기 위한 정치권의 압박이 이어질 경우 보험료 인상은커녕 인하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아울러 2023년에도 업계는 보험료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금융위원회가 오는 2023년 1월부터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사고에 '과실책임주의'를 적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금융위는 전 국민의 보험료가 약 2~3만원 절감, 전체적으로 연 5400억원의 보험금 지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과실책임주의란 본인 과실 여부에 따라 인사사고 치료비 부담기준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옆차선에서 끼어들어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직진차량 운전자는 피해자가 되고, 끼어든 차량 운전자는 가해자가 된다. 하지만 이 경우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더 오래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의 치료비는 상대방 보험사가 부담한다. 이 때문에 경미한 사고일 경우 가해자보다 피해자의 부담금이 더 높아지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보험금 지급이 줄면 손해율은 낮아진다. 즉 2023년 1월부터 제도개선으로 인한 손해율 하락 요인이 발생한다. 보험업계의 보험료 인상에 대한 명분이 희석되는 셈이다.

다수의 보험업계 관계자는 “애물단지였던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대형사를 중심으로 올해 흑자가 예상된다”며 “이익을 보고 있는데 보험료 인상을 할 명분을 만들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2023년에도 제도개선으로 손해율이 낮아질 것이 예상된다”며 “당분간 자동차보험료 인상 논리가 힘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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